종교인 과세, 과연 대세일까
종교인 과세, 과연 대세일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2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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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8월 하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우영이’란 필명의 네티즌이 글 몇 줄을 올렸다. 그는 공격적인 어조로 화살을 당겼다. 과녁은 ‘일부 종교인’이었다. 여기서 ‘종교인’이란 목사, 신부, 스님과 같은 성직자(목회자)를 일컫는다.

“가난한 종교인, 항상 남을 위해 희생하며 영성 생활을 하는 종교인은 낼 세금조차 없지만, 없는 가운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진정한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자녀를 외국 유학 보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는 종교인들도 있습니다.…남보다 호화롭게 사는 길을 선택하려면 성직자의 길보다는 사업자의 길을…” 이런 비아냥거림도 쏙 들어갈 날이 그리 멀지않은 것 같다.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소득세법은 그 시행령의 ‘기타소득’ 항목에 ‘종교인소득’을 신설토록 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2년 후(2018년 1월 1일부터)로 미뤄 놓았다.

당초 정부의 과세대상은 ‘종교소득’이었다. 그러던 정부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종교인소득’으로 둔갑하고 만 것이다. ‘종교단체’ 또는 ‘종교활동’이 아닌 ‘종교인 개인’의 소득에 대한 납세라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는 종교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종교계를 겨냥한 세금 부과는 그동안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다. 정치인들로서는 표 떨어지는 소리가 죽기보다 더 싫었기 때문이었다. 시행 시기를 2년 후로 못 박은 것도 내년 4·13 총선만은 피해 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깔려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없지 않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종교계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라졌다. 천주교와 조계종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 이영식 신부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소득이 있는 곳이면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이전부터 찬성해 왔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의 남전 스님도 “소득이 있는 사람은 세금을 내야 한다. 종단은 정부와 처음 협의할 때부터 찬성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입장이 갈렸다.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미자립 교회가 한국 교회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는 시기상조”라며 반발했다. 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강석훈 목사는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납세에 동참하게 되어 환영”이라고 말해 대조를 보였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개신교에서 가장 큰 합동(예수교장로회 소속)측은 세금을 낸 지 오래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다.” “기독교장로회 교단도 오래 전부터 세금을 내고 있다.” 외국 사례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한 소식통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종교인 과세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일까. ‘또 다른 복선’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2년 후 ‘2017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있을 정기국회 세법 심사에서 정치권이 시행 시기를 또다시 늦추는 쪽으로 법안을 손질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지론이다.

어쨌거나,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천주교와 개신교계 일각에서 그 근거로 삼는 성경구절은 어떤 것일까? 목회자마다 해석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마태복음 22장 21절’에 기록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하느님)의 것은 하나님(하느님)에게!”라는 그 유명한 예수의 말씀이 아닐까. 여기서 ‘가이사’는 당시 팔레스타인(유태) 지방을 통치하던 로마제국의 황제(Caesar=카이사르, 시저, 카이저)를 일컫는 말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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