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없애는 것도 예수님처럼 사는 일”
“복지사각지대 없애는 것도 예수님처럼 사는 일”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12.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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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 울산본부장·목사

성탄절을 엿새 앞둔 19일 오후 2시, 중구 번화가의 시계탑이 빤히 내다보이는 뉴코아아울렛 광장. 목 좋은 남쪽 모서리에 한 무리 해맑은 표정의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더니 짙붉은 색깔의 구세군 자선냄비를 중심으로 줄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선의 종소리와 함께 사랑의 목소리가 청아한 울림을 만들어내며 거리로 번져 나갔다. “딸랑∼딸랑∼”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 김철호 ‘나눔과 기쁨 ’ 울산본부장.

울산서도 ‘자선냄비 모금’ 첫 분담

학교나이가 초등학교 6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인 학생들은 ‘백룡태권도체육관’(울주군 청량면 쌍용하나빌리지 상가 내)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태권도 수련생들. 14명을 인솔해 온 우정석 관장(50)이 아이들을 소개했다.

“우리 아이들, 이번 봉사가 아주 특별한 체험이지요. 직접 부딪혀 보라고 일부러 데려왔고요.” 우 관장은 체육관 아이들을 남구 대현동에서 매월 둘째 주 일요일마다 문을 여는 ‘울산보금자리NGO’의 독거노인 배식봉사도 이따금 거들게 한다고 귀띔했다.

얼마 안 있어 숨 가쁘게 달려온 이가 있었다. 찻길이 막혀 정시 도착이 힘들었다며 미안해 한 이는 체육관 아이들에게 ‘특별한 체험’의 다리를 놓아준 김철호 ‘나눔과 기쁨’ 울산본부장(53, 북구 화봉동 순복음울산교회 담임목사).

우람한 체구인데도 표정 하나만은 수줍음 가득한 인상이다. 낮은 데로 애써 임하려는 자세가 몸에 밴 탓일까.

김철호 본부장과 우정석 관장은 사실 지난해 처음 알게 된 사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1년간 남구청 ‘퇴직자다시세움센터’에서 ‘퇴직자 인생설계’ 강의를 맡아 왔고, 우 관장은 2기 강의를 들은 수강생 신분이었다.

이날 태권도 문하생들을 데리고 자선냄비 사업을 돕기로 한 것도 김 본부장 명의의 밴드를 보고 난 이후의 결심이었다.

“목표액 보름간 2천만원 넘겨야죠”

김철호 본부장과는 가까운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한국구세군’ 소속이 아니면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운동을 돕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구세군과 우리 나눔과 기쁨 중앙본부가 처음 손잡은 것은 3년 전이지요. 구세군 식구들만으로는 힘에 겹다 해서 도와준 것인데 반응이 너무 좋다고 해서 계속 지원키로 한 겁니다.” 지난해까지는 수도권 중심의 지원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는 그 폭이 전국으로 넓어졌다. 나눔과 기쁨이 올겨울 전국에 설치한 모금소는 모두 42곳. 이에 따라 울산연합회에서 책임지게 된 자선냄비 모금소는 남구 신정시장과 동구 현대백화점 동구점, 중구 뉴코아아울렛 등 모두 세 군데다. 구세군에서 직접 떠맡고 있는 것은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과 현대백화점 울산점 등 두 군데 자선냄비다.

자선냄비 모금실적은 일일보고로 매일 집계된다. 나눔과 기쁨 울산연합회에서 거둔 모금실적은 김철호 본부장의 1차 사인과 황인봉 구세군사관(구세군울산교회 담임목사)의 최종 사인을 거쳐 한국구세군 대한본영으로 전해진다.

보름 동안의 모금 목표액을 2천만원으로 잡은 나눔과 기쁨 울산연합회가 지난 11일 시종식 이후 21일까지(11일간) 세 군데 자선냄비에서 모금한 성금 총액은 1천320만원.

모금이 끝나는 25일까지 보름 동안은 목표액을 웃도는 2천300만원까지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 본부장은 그래서 더욱 열심히 발품을 팔겠다고 다짐한다.

서경석 목사 11년전 창립 “예수님처럼”

처음 접했지만 11년이란 역사를 간직한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김철호 울산본부장은 몇 가지 자료로 이 단체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고자 했다. 2004년 7월에 ‘나눔과 기쁨’을 창립한 서경석 이사장(목사)의 ‘신앙 간증’에 시선이 갔다.

“<나눔과 기쁨>은 처음에 민간사회안전망 운동이라고 자신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수님처럼 살려고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눔과 기쁨>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 문준경 전도사입니다. <나눔과 기쁨>이 출범예배를 가질 때 돌아가신 김준곤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면서 문준경 전도사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문준경 전도사님은 전남 증도에서 병들어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거지들을 위해 ‘대신거지’ 노릇을 했습니다. 아침밥을 짓는 집마다 돌아다니며 누룽지를 얻어다 죽을 끓여 병든 거지들을 돌보았습니다. 문준경 전도사의 이 모습을 보고 섬 안의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믿었습니다.”

‘대신거지’란 말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신도 수가 많고 건물이 웅장한 큰 교회보다 전국 교회의 70%를 차지한다는 ‘미자립 교회’ 즉 ‘작은 교회’에 주목한 서경석 이사장. 그는 작은 교회 목사들에게는 큰 교회 목사들이 누릴 수 없는 ‘특권’이 주어져 있다며 그들을 ‘작은 예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까지 작은 교회 목사님들은 항상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고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나눔과 기쁨>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첫 번째 자각은 하나님께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작은 교회에 맡기셨다는 점입니다.”

“큰 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그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은 교회 목사님이 반찬도시락을 들고 독거노인을 찾아가면 그분들은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립니다. 스킨십에서 오는 감동은 작은 교회에 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여 감동을 주는 일은 작은 교회 목사님들의 몫입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은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껴안고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나눔과 기쁨>과 만난 후에는 예수님처럼 살려고 애쓰게 되고 나아가 교회의 크기로 목회자를 평가하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 지난 19일 오후 중구 뉴코아아울렛 매장 앞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운동에 나서고 있는 백룡태권도체육관 수련생들과 우정석 관장(맨 오른쪽), 그리고 김철호 ‘나눔과 기쁨 ’ 울산본부장(맨 왼쪽).

7대 주력사업 중 ‘반찬나눔운동’ 큰 보람

‘나눔과 기쁨’에서 주력하는 사업은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다. CMS 모금 운동, 반찬 나눔 운동, 발사랑 봉사단, 국제사업, 협동조합, 청소년지도자 파송사업, 그리고 복지개혁국민운동(일명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조직 작업이 그것이다.

서경석 이사장은 일곱 번째 주력사업인 복지개혁국민운동과 관련해 이런 주장도 편다. “복지개혁국민운동의 할 일은 첫째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빈곤층 등 극빈층을 찾아내어 복지혜택이 가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정치적으로 힘이 없어 정부나 정치인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엄청난 노인복지 비용을 감당하려면 복지 구조조정을 통해 돈을 절약하고,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부자가 더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노인들을 조직화, 세력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울산으로서는 아직 서경석 이사장이 제시한 일곱 가지 사업을 다 소화해 내기에는 벅찬 느낌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5년 전부터 시작한 ‘빵·반찬 나눔 운동’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그 성과가 대단해서 울산연합회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빵 나눔’은 울산지역 4개 홈플러스 매장에서 지원해 주는 ‘남는 빵’이 큰 힘이 되고 매일 100가정씩을 돕고 있다. ‘반찬 나눔’은 고추장, 된장과 같은 6가지 식재료 일주일분이 들어가는 통을 나누어 주는 운동으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독거노인)들이 나눔의 대상이다.

현재 울산연합회에는 약 200개의 ‘작은 교회”(대형 교회를 제외한 중·소형 교회)들이 회원교회로 참여하고 있다. 감리교회, 침례교회, 성결교회, 백석교회까지 동참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초교파적 모임’이다. 구·군별 지부도 두고 있다. “저희들은 작지만 강한 교회, 즉 강소(强小) 교회라고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김 본부장의 말이다.

그러나 여건에 한계가 있다 보니 빵·반찬 나눔 운동에는 28개 교회만 참여할 수 있을 뿐이어서 아쉽다. 배달봉사는 주로 ‘목사 사모님’과 신도들의 몫이다.

새해 초 2차 발대식… 복지상담 본격화

전임 본부장(전신덕 동구 삼일교회 담임목사)이 3년 임기를 채우고 나서 넘겨준 바통을 감사하게 이어받아 2014년부터 ‘울산본부장’ 직분을 맡아오고 있는 김철호 본부장. 그는 요즘 울산연합회 나름의 새해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다. 새해 사업이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서 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드리는 일, 말하자면 일종의 ‘복지개혁국민운동’이다.

“12월 1일, 북구 화봉교회에서 목사님들 중심으로 발대식을 가졌지요. 내년 1월에는 날을 잡아 시청 강당 같은 곳을 빌려 2차 발대식을 100명 넘는 참석인원으로 좀 규모 있게 가질 계획이지요.” 성탄절이 지나면 발대식 준비로 한층 더 바빠질 것이라 했다. “복지사각지대를 대대적으로 발굴하는 일에 뛰어들 겁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도 못 들어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찾아내 돕는 일이야 말로 예수님처럼 사는 일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실천 구상에는 동별로 사회복지상담사무소 차리는 일도 들어가 있다. ‘상담’이라면 김 본부장의 전공 영역에 속한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단설 2년제)에서 상담학석사학위를 취득했고(2005. 2), 건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박사 과정을 수료한(2009. 2)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자격요건(창고 10평 이상, 냉장고 1천 리터 이상)을 제대로 갖추고 ‘푸드뱅크’ 설립 신고도 이미 마쳤다. 본격적인 빵·반찬 나눔 운동 실천의 꿈이 마침내 결실을 보기에 이른 것이다. 주소지는 일단 ‘순복음울산교회’로 해 두었다.

전·현직 화려한 이력

김철호 본부장의 이력은 겉보기에 무척 화려하다. 서라벌대학교 사회복지과 외래교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초빙교수, 사단법인 한국상담심리협회 회장, 참소망노인복지센터 원장, 나눔과기쁨 울산푸드뱅크 대표, 참사랑평생교육원 원장, 울산 CBS 자문위원, 등은 모두 현직이다.

그리고 육군3사관학교 국어학과 외래교수, 서라벌대학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울산광역시 기독교연합회 총무, 양산시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울산·양산본부장 3군사령부 군상담위원, 울산지방경찰청 고충상담관 등은 ‘전직’에 속한다.

추가되는 학력도 있다. 순복음교회 계열 한세대학교 목회대학원과 대전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도 졸업했다. 성취의욕이 충만하고 노력 또한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체적으로 확인해주는 흔적들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두 ‘예수님처럼 살아가겠다’는 소명의식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하간 ‘나눔과 기쁨 울산연합회’는 바야흐로 ‘도약’의 시기를 만나고 있다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지 싶다. 기독교 장로인 김기현 시장을 비롯해 정갑윤, 이채익, 박맹우, 안효대, 박대동, 강길부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고문직을 흔쾌히 수락한 것만 보아도 그러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중구 약사동에서 태어났고 젊어서는 울산교회를 다녔다. 한 살 아래 부인 주용자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글·사진=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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