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류 ‘코셔 인증 한식’
새로운 한류 ‘코셔 인증 한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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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서 사기(史記)와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로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란 말이 있다. 줄여서 ‘식위천(食爲天)’이라고도 하는 이 말은 ‘음식이 곧 하늘’이라는 뜻이다. “백성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먹을거리” 즉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임을 뜻한다.

지구촌에는 먹을거리에 유난히 까다로운 종교집단들이 있다. 미국 유타(Utah)주가 본산인 몰몬교(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 그리고 아브라함을 공동조상으로 섬기는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대표적인 본보기다.

‘청결한 생활’을 강조하는 몰몬교는 술과 담배, 그리고 카페인이 커피와 콜라까지도 금지할 정도로 까다로운 섭생(攝生)규율로 유명하다. 그 덕분인지 몰몬교 신도들은 미국인 평균수명보다 8년 더 오래 살고 암 발생률도 미국 내 다른 집단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이슬람교 율법에 따른 무슬림의 섭생규율은 몰몬교의 그것과는 차원이 또 다르다. ‘발굽이 갈라져도 되새김질하지 않는’ 돼지의 고기와 그 부산물(콜라겐, 젤라틴 함유), 동물의 사체나 도축 전에 죽은 동물, 알코올 성분이 든 가공식품, 유전자변형 농산물(GNO)은 금지식품 즉 ‘하람(Haram)’으로 분류된다. ‘할랄(Halal=아랍어로 ‘허용된’이란 뜻) 인증’을 받으려면 소나 양처럼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하는 동물’이더라도 이슬람식 도축법 ‘자비하(Zabihah)’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슬람교보다 먼저 생긴 유태교에서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코셔(Kosher=히브리어로 ‘’합당한’이란 뜻)’라는 섭생규율이 존재한다. 할랄의 원조 격으로 유대교의 전통 율법에 따라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친 정결한 음식을 뜻한다. 따라서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위가 있는 동물’만 코셔로 인정된다. 또한 고래나 문어, 오징어처럼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없는 어류, 그리고 갑각류와 조개류는 금지식품인 ‘트라이프(Traif)’에 해당된다.

유대인이 많은 미국의 코셔 식당에서는 돼지고기와 조개류는 아예 팔지 않는다. 육류와 유제품은 같은 그릇에 담지 못하며, 아침식사에는 소시지도 내놓지 않는다. 도축도 ‘쇼체트(Shochet)’라 부르는 허가받고 훈련된 사람만 할 수 있다. (유태교에서는 율법학자인 ‘랍비’의 입회하에 병들지 않은 동물을 고통 없이 한 번에 죽인 다음 소금으로 문질러 피를 모두 빼낸 고기만 먹도록 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식품전시회가 열렸다. 지난19일 YTN은 올해로 32회째인 이 전시회에는 전 세계의 157개 업체가 참가했고 한국식품(김치류와 장류, 글루텐 없는 쌀 파스타 등)을 소개하는 부스가 처음 생겼다고 전했다. ‘한국 부스’를 차린 김봉자씨는 “코셔 인증을 받으려고 15년간이나 노력했고, 한국음식 공장을 이태원에 있는 한국 랍비와 함께 찾아가 검증을 받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한국음식의 이스라엘 진출 길이 힘겹게 열린 것이다. 코셔 인증을 받은 국내 제품에는 청정원의 천일염, 고려인삼공사의 후코이단 원료, 매일유업의 유기농 오트밀 정도가 고작이라 한다.

코셔 인증 식품은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의 이미지로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는 인기가 꽤나 높은 편이다. 미국 슈퍼마켓 식품의 60% 이상이 코셔 인증을 받았을 정도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웰빙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텔아비브의 김봉자씨처럼, 코셔 푸드 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코셔 인증을 획득한 한식(韓食)이 새로운 한류(韓流)의 개척자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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