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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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그 발걸음에는 조급함이 묻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후회 없는 시간을 담보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어찌 그러한 일들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뒤돌아보면 아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생에 있어서 ‘승승장구’란 없다. 때로는 정상의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한다.

사람들은 잊고 산다. 자시의 찬란했던 시기만 기억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고교시절 교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교훈’(校訓)이었는데, ‘낙오자는 과거를 자랑하고 진취자는 내일을 구상 한다’. 고교 3년 내내 이 문구를 보면 등하교를 했다. 이 말 한마디가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주위에서 우리는 흔히 하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옛날에 말이야…”로 시작되는 넋두리들을.

누구에게나 잘 나갔을 때가 있다. 하지만 과거만 주워 먹고 살 수 없다. 그 영광과 빛남은 현재에서 미래를 직통해야 한다. 명퇴가 줄을 잇고, 젊은이들은 일터를 찾아 헤맨다.

꿈과 희망을 앗아간 배반의 시절이라고들 말한다. 맞다. 분명히 억울한 점이 있고, 그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너무 일찍 우리의 자리를 타의에 의해 접혀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억울함도 든다.

하지만 산다는 것은 이제껏 그래왔지만 오롯한 개개인의 희생 위에 세운 자기만의 반석이었다.

‘혼용무도’(昏庸無道).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 뜻은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을 의미하고 ‘무도’(無道)는 사람이 걸어야 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상태를 의미한다.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하지만 원인은 외부에도 있고 내부에도 있다. 다만 이 답답한 세월을 앞에 두고 분노만 가져서는 안 된다.

힘을 내고 뭉치고, 공고히 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길을 가다기 돌부리에 채여 넘어진 사람들, 그 돌부리를 탓하지 않는다. 툭툭 털고 일어나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무릎이 까이고 손바닥에 상처가 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결국 그 땅을 짚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

원망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문학 서재 몽돌을 떠난다. 지난 3년 7개월간 ‘문화가 무엇인가?’, ‘울산에서의 인문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두고 천착해왔다. 일단 개운하게 일을 마무리한다. 설왕설래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개의치 않겠다. 하지만 나만 잘한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는 점도 안다. 지금까지보다 넥스트(Next)가 더 중요할 것이다.

강동 산하지구는 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인문학 서재 몽돌도 앞으로 더욱 문화가 가진 힘을 나누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발전을 기대한다.

오늘자로 ‘몽돌 칼럼’도 내려놓는다. 그동안 시원찮은 글들을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랜 시간 동안 ‘문화’의 영역에서만 일을 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도 그러할 것이다.

비우고 다시 채워 돌아오겠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 걸어둠으로써 심경을 대신 한다.

너무 오래 지키고 있었다

잠시 떠나야겠다

딱히 날짜를 박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야겠다

눈이 오면 갇히고

비가 오면 맞으면 되겠다

바람이 불면 달게 받아들이고

햇살이 쬐면 등짝이 편해지겠다

돌아오는 길,

참 편하겠다

아무도 동무하지 않는 길

오랫만이어서…

<이기철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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