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문화를 꿈꾸며
아름다운 기부문화를 꿈꾸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10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사다난했던 을미년 한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빨간색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불우이웃돕기의 계절임을 일깨워 준다.

구세군 대한본영은 지난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시종식을 시작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냄비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선냄비를 통한 거리 모금은 70억원을 목표로 전국 450여곳에서 펼쳐지며, 거리 모금을 비롯해 톨게이트 모금, 교회 모금, 기업 모금, ARS 모금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15일, 당시 구세군 한국 사령관이었던 스웨덴 선교사 조셉 바아(박준섭) 사관이 서울의 종로와 명동에 나무막대를 지지대로 한 가정용 무쇠 솥을 설치하고 불우이웃돕기를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그 뒤 1965년에 와서는 붉은 원통형 양철제품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구세군 자선냄비의 탄생 유래는 1891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성탄절을 앞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상에서 대형 선박이 좌초되며 1천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경제 불황에 허덕이던 그 무렵, 빈민을 도울 시(市) 예산이 따로 없자 난민들은 끔찍한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그 지역의 구세군 사관이었던 조셉 맥피(Joseph Mcfee) 정위(正尉)는 빵 한 조각 없이 슬픈 성탄을 맞이하게 된 난민을 어떻게 도울까 밤새 고민하던 중 문득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것은 언젠가 영국 리버풀 부둣가에서 보았던 자선(慈善)을 위한 ‘심슨의 솥’이었다.

날이 밝자 그는 곧바로 시청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오클랜드 부둣가에 솥을 걸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주방에서 쓰던 큰 쇠솥에 다리를 걸친 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는 글귀를 솥에 써 붙였다.

솥은 순식간에 시민들의 정성이 담긴 지폐와 동전으로 가득 찼고 다행히 난민들에게 따뜻한 수프를 먹일 수 있었다. ‘자선냄비’의 시초가 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렇게 이웃을 돕기 위해 새벽까지 고민하며 기도하던 한 구세군 사관의 깊은 마음은 오늘날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날 모든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를 타고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이웃사랑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하고 있다.

최근 유명인사의 기부에서 나아가 일반인들의 기부행위가 증가하고, 단순히 금전적 기부를 넘어선 재능 기부나 온라인 기부 등 다양한 기부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기부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한시적으로 벌이는 모금엔 언제나 한계가 있다. 더 많은 모금액으로 더 많은 불우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안겨 주려면 이른바 부유층의 자발적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란 이름 그대로 국민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만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견주어 보면 우리나라 재벌이나 부유층의 기부 행위는 아직도 그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부자 403명 가운데 15%인 69명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최소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도록 권하는 캠페인을 몇 해 전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 운동을 미국의 400대 부자를 대상으로 펼치기로 했으며, 약 6천억 달러의 기금 조성도 계획했다.

부자들에게 재산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