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의 꿈은 현재진행형’ 택시기사 이홍덕씨
‘왕언니의 꿈은 현재진행형’ 택시기사 이홍덕씨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5.12.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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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영업·30년 봉사·늦깎이 공부까지 해내는 슈퍼우먼

지난 9일 점심시간, 울산 북구노인복지회관에서는 ‘여럿이 함께하는 집밥나눔 봉사활동’이 열렸다.

이날 봉사활동에서는 울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참여해 어르신들과 식사를 같이 해주며 말벗이 돼 드렸다. 어른들은 손녀같은 학생들이 밥상을 차려주고 재롱을 피우자 매우 기뻐했다.

학교 점퍼를 입고 있는 학생들 중 유독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분명 교수님일 것이라고 착각했던 이 중년여성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이홍덕(61·사진) 학생이다.

환갑의 만학도인 이홍덕씨는 이날 집밥 봉사활동에서 사실상 모든 일을 다 도맡아 했다. 시골 시댁에서 직접 농사지은 햅쌀로 따끈따끈한 밥을 만들었고, 직접 김치 수십포기를 담가 직접 싣고 오기까지 했다.

아직 어르신들 응대에 서툰 과 친구(?)들을 대신해 직접 어르신들에게 하트를 날리며 애교를 부리고, 농익은 아줌마 수다로 어르신들을 즐겁게 했다.

사실 이씨에게 봉사는 낯설지 않다. 이씨는 30년 가까이 새마을부녀회에서 불우이웃, 독거노인 등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신혼 때는 갓난 아들을 업고 소년소녀가장돕기 행사에도 참여했다. 이씨가 봉사에 심취하게 된 것은 그의 굴곡진 삶 때문이다.

인심 좋은 덕에 생긴 보증빚 때문에 단란했던 가정에는 어둠을 들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이었다.

자녀들은 위해 팔을 걷어부친 이씨는 서울로 가서 식당일, 가사도우미 등 무조건 닥치는대로 하기 시작했고, 영업택시 운전까지 하게 됐다. 지금도 이씨의 공식적인 직업은 ‘택시기사’님이다.

이씨는 서울생활 때 받은 설움과 핍박, 냉대가 상당했지만 그것이 원망이나 분노로 가지 않고 “나는 저렇게 되지말고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했고 또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녀회를 통해 어르신 봉사를 하고 택시회사에서 받는 월급 중 일부는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기부를 한다. ‘배워야 한다’는 결심도 중, 고등 과정을 2년만에 마스터하고 울산대에 입학해 ‘여대생’의 꿈도 이뤘다.

이씨는 “언젠가는 요양원을 운영해보고 싶다”며 “그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심지어 대형운전 면허까지 수집하는 중”이라며 자랑과 동시에 포부를 떳떳하게 밝혔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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