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 없는 세상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 없는 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0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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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 한 사람 만나는 것이 일생에 다시없는 축복이며, 행운이다.

좋은 친구는 지위가 높은 친구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이며, 말이 통하는 친구다. 지위나 성공을 보고 찾아온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꿈을 함께 하며, 미지의 먼 길을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좋은 친구는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고, 함께 있으면 더욱 빛이 나고, 서로에게 행복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각박하고 자기만의 아전인수(我田引水) 격 언행으로 일명 ‘뒤통수’ 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친구란 호칭을 부여하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세상이다. 필자도 당황함을 넘어 엄청난 황당함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표를 따졌을 때 물질적 삶은 나아졌지만 삶의 질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당 금융자산, 고용 등은 금융위기로 휘청거린 2009년 이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물질적 토대는 좋아졌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사회관계망, 건강만족도 부분에서 꼴찌를 기록했고 안전하다는 느끼는 정도도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의 정규직 근로자의 연평균 총소득 증가율은 2013년 기준 한국이 7.3%로 30개국 가운데 1위였다. 2009년 한국의 고용률(15∼64세)은 62.94%로 OECD 평균(64.94%)보다 2%포인트 낮았지만 지난해(6 5.35%)에는 OECD 평균(65.8 8%)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물질적인 토대는 좋아졌지만 한국 근로자의 남녀 소득 격차가 20%를 넘은 점은 개선 과제다. 한국은 에스토니아, 일본, 이스라엘과 함께 OECD에서 남녀 소득 격차가 큰 나라로 꼽혔다. OECD는 소득 상위 20%의 수입이 하위 20%의 6배나 되는 소득 불평등도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회관계 지원’(2014년) 항목에서 아쉽게도 한국은 OECD 34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와 관련한 점수에서 한국은 72.37점을 기록해 OECD 평균(88.02점)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 회원국 중 최저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29세의 점수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보다도 높았지만 30∼49세(78.38점)에서 점수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50세 이상의 점수는 67.58점으로 1위인 아일랜드(96.34점)보다 무려 30점 가량 낮았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 역시 한국(61점)의 순위는 34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이었다.

폭행에 따른 사망자 수에서는 한국이 인구 10만명당 1.1명으로 14위를 차지했다.

한편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속이지만 ‘부탁’도 사고파는 시대가 되었다. 현대인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이자 ‘웃픈 이야기’다.

요즘처럼 ‘부탁’이 흔한 시대가 있었을까. 걸핏하면 ‘부탁해’ ‘부탁해’ 하며 읍소하는 문구가 도처에 나부낀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2008)가 200만부 팔린 이래 ‘부탁해’란 제목의 콘텐츠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가장 먼저 이를 차용했다.

이와 같이 부탁은 넘쳐나지만, 대가 없는 진정한 의미의 부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들이 ‘부탁해’에 호감을 느끼는 건 역설적으로 부탁이 귀해진 탓이다. 부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해달라고 청하는 것’. 대가에 대한 약속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세상에서 공짜로 뭔가를 부탁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예전 같으면 앞집이나 옆집에 부탁했을 일도 지금은 망설이게 된다.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할 이웃이 없다 보니 무인(無人) 택배 보관함까지 생겼다. 부모 형제간에도 마찬가지다. 가족 공동체, 이웃 공동체의 개념이 희박해진 시대에 모든 노동과 서비스가 돈으로 환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부디 새해에는 ‘부탁해’가 자연스러운,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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