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권 전성시대’
'동해권 전성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0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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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동해권 블루파워 창조 벨트’, ‘울산~포항 고속도로 42㎞ 부분개통’…… 이제 막 동해권 전성시대가 막을 올리고 있다.

동해안권에 속한 울산, 경북, 강원 등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권 발전 종합계획 ‘환동해권 블루파워 창조 벨트’가 다양한 전략과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울산은 동구·남구·북구·울주군 등 4곳, 경북은 포항·경주시와 영덕·울진·울릉군 등 5곳, 강원은 강릉·동해·속초·삼척시와 고성·양양군 등 6곳이 포함됐다. 해안권을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조성하고, 해양·대륙간 소통 교두보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종합계획의 구체적인 목표라고 한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42㎞ 부분개통’ 기사도 접했다. 부분개통 효과와 더불어 앞으로 있을 완전개통 효과는 관광수요 증가와 지역간 균형발전 도모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물류비 절감, 양 지역 균형적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동해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곳이다. 역사적으로 찾아봐도 신라시대에는 사포(絲浦)에 닿은 거방(巨舫) 이야기, 동해 변(邊)의 만파식적 이야기, 동해 영일(迎日)의 빈(濱) 이야기, 동해 학성 개운포의 정변(汀邊) 이야기, 동해 명주(溟州)의 해정(海汀)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울산은 동해안권과 환동해권의 최남단이면서 큰 배인 거방과 큰 배의 안전운항을 담당하는 동해 팔용 신 이야기를 간직한 해양과 관련된 중요한 고장이다.

배를 만드는 조선을 이야기하자면 현대그룹의 창시자 정주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5일부터 울산박물관에서는 1915년생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정주영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됨으로써 울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현대가는 자동차와 조선의 생산설비가 들어설 입지를 전하동과 미포로 각각 결정한다.

비록 국가적 경제개발 계획으로 울산과 인연이 되었지만 해양 중심의 조선사업이 왜 하필 울산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삼국유사는 삼국시대 신라 하곡현 사포에 닿은 ‘큰 배’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신라 제24대 진흥왕 즉위 14년 계유(癸酉, 553) 2월에 자궁을 용궁의 남쪽에 지으려고 하는데, 황룡이 그곳에 나타났으므로 이를 고쳐서 절로 삼고 황용사라 하였다. 기축(己丑, 569)에 주위에 담을 쌓고 17년 만에 겨우 완성하였다. 얼마 안 되어 바다 남쪽에 거방(巨舫)이 나타나서 하곡현(河曲縣) 사포(絲浦)(지금의 울주군 谷浦)에 와 닿았다.……”(삼국유사, 황룡사장육 조) 여기서 거방은 황철 5만 7천 근과 황금 3만 푼을 실은 큰 배를 의미한다.

신라 이후 울산에서 조선(造船)의 연속성을 찾을 수 없을까. 대답은 “있다”다. 조선시대에 조선과 관련된 선소(船所)의 기록을 학성지(鶴城誌)에서 찾을 수 있다. “인조(仁祖) 2년 갑자년(甲子年)에 전선(戰船)을 새로 설치하여 부(府)의 동쪽 도산(島山) 아래에 머물러 정박하였다. 효종(孝宗) 갑오년(甲午年)에 부의 남쪽 개운포(開雲浦)로 옮기게 하였다.”(성범중 역주, 국역 학성지)

근·현대에는 전하만과 미포가 조선과 연관이 있다. “현대가 조선 사업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시킨 것은 1969년 초 현대건설 내에 조선사업추진팀을 발족하면서였다. 1970년 3월 1일 조선사업부로 독립기구화하였고, 1973년 12월 28일 현대조선중공업주식회사가 탄생될 때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중략) 1971년 12월 굴착작업에 들어간 도크는 1973년 9월 무렵에 일부가 완료되어 선체 조립을 시작하였다.”(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불굴의 의지와 도전) 거방이 신라의 사포에 닿은 해를 569년으로 본다면 1304년 뒤인 1973년에 울산에 조선소가 생긴 셈이다.

울산에서 조선산업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3가지 필연의 조건이 있다. 하나는 사포에 출현한 거방이고, 둘은 개운포의 선소(船所)요, 나머지 하나는 안전항해를 돌봐주는 바다의 신 동해 용왕을 들 수 있다. 셋 중 어느 하나 현재 울산의 자동차, 조선 산업과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그저 우연이라고 지나쳐 버리는 것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해 보면 의외로 필연적인 것도 있다. 스치고 지나가면 각각일 것 같은 것도 역사의 퍼즐을 맞춰보면 무릎 칠 일도 생긴다. 이러한 일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우리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세월을 따라만 가다 보면 노화(老化)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월을 만들어 가다 보면 노숙(老熟)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김성수 울산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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