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一部)’라는 말뜻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일부(一部)’라는 말뜻을 알고 있어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0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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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진성준 의원에게 묻는다. ‘일부’라는 말뜻을 제대로 알고 쓰고 있습니까? 뉴스에서 폭력 시위를 생중계하여 국민 모두가 두 눈 뜨고 보았는데 시위하는 사람들의 일부가 이탈한 행동이라고 하며 다른 사람들은 안 그렇다고 폭력 시위를 두둔하였다. 진성준 의원은 대학에서 법학(法學)을 전공하였다. 법학에서말로 ‘일부’와 ‘전체’를 엄격히 구분하여 쓰고 있다.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진성준 의원이 폭력시위에 관한 토론에서 ‘그것은 일부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입니다’라고 했을 때, ‘일부’라는 말뜻을 물리학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고 있는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다. 이런 사람이 진성준 의원이 너무 쉽게 ‘일부’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냥 넘어가고 있어서 묻는 것이다. 행여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일부’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쓰고, 또 그것을 용인했다면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정치판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면 되지만 방송국의 국민을 상대로 하는 토론에서 잘 못된 수사(修辭, 정치판의 rhetoric)를 쓰면 국민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분명하게 따지고 드는 것이다. 일부(一部, 部分, part)는 전체(全體, whole)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의 어떤 상태에서 떼어낸 일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법학에서 전체는 전체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어떻게 분포, 퍼져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물리학에서, 더 크게는 자연과학, 아주 구체적으로는 통계학에서 전체는 구성성분이 골고루 분포되어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에서 물질의 반응 시초(원자와 원자의 반응)를 확률분석으로 이론을 세우고 있다. 여론을 분석하여 선거에 활용하려는 정치꾼들도 전체의 분포는 찬성, 반대, 미정이 골고루 퍼져 있다고 가정하고 표본조사의 결과를 속으로(?) 받아들인다.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조심스럽게 표본조사의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는 표본조사(무선표집, random sampling)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이다. 잠재하던 반정부적인 구성성분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속으로만 분석하고 만다. 위의 전문적 풀이를 쉽게 풀어서 진성준 의원에게 제시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두부찌개에서 작게 나누어진 두부 한 조각은 두부의 성분이 골고루 퍼진 전체에서 일부를 떼어낸, 성분으로만 보아 전체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일부인데, 찌개를 끓이는 동안 그 두부 조각이 냄비의 바닥에 있었던 것과 위에 있었던 것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두부찌개를 끓이실 때는 국자로 위와 아래를 적절하게 섞는다. 처음에 잘라놓은 두부 조각은 분명히 일부이지만 끓여놓은 두부 조각은 두부의 일부가 아니다. 여기서 끓여놓은 두부찌개의 두부조각을 두부 일부로 보면 안 된다. 냄비의 바닥에서 끓여진 두부조각인지 중간쯤에서, 또는 맨 위에서 끓여진 조각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두부찌개의 두부 조각을 그냥 ‘일부’라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엄격한 사실 때문에 여론조가 결과를 발표할 때, 응답자의 비율을 밝혀야 전체를 얼마만큼 잘 나타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생소한 신뢰수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쓸데없는 소리이다. 이보다는 찬성이건 반대이건 응답자의 비율과 더불어 몇 시쯤에 응답한 것인지가 더 의미가 있다. 성별을 제외한 다른 내용, 나이, 직업, 출생지, 주거지 등등은 무시해야 할 정도로 신뢰도가 아닌 신뢰성이 떨어진다.

지난 11월 14일 광화문 민중총궐기 시위를 놓고 수 만 명 중의 민중에서 일부 수 백 명이 폭력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는 진성준 의원에게 ‘날두부’와 ‘찌개두부’를 구분하여 ‘일부’ 두부라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우선 시위에 참가한 수 만 명은 날두부, 국민 전체가 아니라고 가르쳐주고 싶다. 그들은 찌개에 들어간 찌개두부이다. 거기서 맨 아래에 있던 찌개두부는 찌개국물 맛이 잘 배어있는 찌개 두부의 일부인 것이다.

<박해룡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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