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도 고마운 이케아(IKEA)가 주는 교훈
무섭고도 고마운 이케아(IKEA)가 주는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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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가구 공룡 이케아(IKEA)의 진출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동종의 제조업체 입장에선 무서운 이케아, 소비자의 입장에선 고마운 이케아다. 당초 이케아의 국내 상륙은 양날의 검인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제조업체에도 고마운 ‘이케아’로 변신했다.

이케아가 국내 첫 진출한 지난해 12월, 토종 국내 사업자들에게 ‘이케아 공포’가 엄습했다. 국내 가구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입을 모았다.

한국 진출 1주년을 앞둔 현재의 이케아는 두려움과 우려의 대상만이 아닌 고마운 경쟁자 대우까지 받고 있다.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구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생활소품 전문 브랜드 ‘리바트홈’을 론칭(launching=출신)하며 이케아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가구업계에서는 전등·발판·도마·쿠션과 같은 생활소품이 구색 맞추기 상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국내 가구시장에서도 소품 분야는 2조 5천억원대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됐다. 이와 같이 소품시장이 더욱 주목을 끌게 된 건 이케아 때문이다.

‘이케아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곳은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이다. 이케아는 세계적인 공룡기업에 틀림없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많기 때문에 이를 공략하며 경쟁에서 밀리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한샘은 이케아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케아에서 물건을 살 경우 직접 실어 나르고 조립해야 하는 고단함을 느끼는 소비자의 불만을 파악하고 배송과 조립을 한샘에서 모두 해주고 있다.

또한 이케아 매장이 상대적으로 도심권 밖에 위치하고 있는 점에 착안, 도심에 큰 매장을 지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키웠다.

이는 1998년 세계 1위 대형마트 월마트의 진출과 퇴출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었다.

당시 토종 한국 마트들이 고전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반대로 국내 소비자에 특화된 서비스들 선보이면서 오히려 이마트가 월마트 한국 매장을 인수해 버렸다. 이마트는 철저히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승리했다. 진열대를 높였던 월마트와 달리 진열대의 높이를 소비자 손이 닿을 정도까지로 제한했고, 분위기도 창고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밝은 색으로 안팎을 치장했었다.

국내 가구업계의 변화를 촉진한 이케아효과를 경영학에서는 ‘메기효과’ 또는 ‘편승효과’라 부른다. 먼저 메기효과(Catfish effect)는 미꾸라지 여러 마리가 있는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미꾸라지들이 죽지 않기 위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더욱 생존력이 발달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기업 활동으로 치면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은 생존을 위해 다른 경쟁력 있는 전략을 찾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이론이다.

이 논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주창할 때 인용해 유명해졌다. 삼성의 내부 교육용 자료인 ‘삼성인의 용어집’에 실린 이 회장의 발언이다. “논에 메기를 키울 때 한쪽 논엔 미꾸라지만 넣고, 다른 쪽에 메기와 미꾸라지를 함께 넣으면 어떻게 될까. 메기를 넣은 쪽 미꾸라지가 훨씬 더 통통하게 살이 찐다. 메기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활발히 움직였기 때문에 더 많이 먹고, 더 튼튼해진 것이다.”

다음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는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그 경향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이 재화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밴드왜건’은 행진할 때 대열의 선두에서 행렬을 이끄는 악대차를 의미하며 ‘악대효과’라고도 한다.

두려움의 존재였던 글로벌 최강 기업의 진출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난 건 비단 가구업뿐만 아니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 5위에 올라있는 현대·기아자동차도 수입차의 공세에 안절부절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1987년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후 수입차의 점유율은 올해 15.8%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다음 달 공식 출시될 ‘제네시스 EQ900’이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난 23일 하루 동안 4천342대의 계약이 몰리면서 기존 에쿠스 첫날 예약 기록을 경신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진검승부만 남은 셈이다. 이제라도 실종된 근로자의 ‘헝그리(hungry)정신’과 현대차 오너 일가의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기대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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