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가변형 임시물막이 모형 공사현장 ‘물전쟁’
울산, 가변형 임시물막이 모형 공사현장 ‘물전쟁’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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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도 장담못해
▲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되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모형 설치공사가 진행 중인 대곡천 일원 공사장. 김미선 기자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 중인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모형 설치공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장은 물과의 전쟁 중인데 공사를 총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어 현장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양수기 과부하로 현장 순식간에 물바다… 벤토나이트와 황토 혼합물 곳곳에서 물에 녹아

26일 오전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북서 방향 450m 상류 지점 가변형 임시 물막이 모형 공사 현장은 물바다로 변했다. 펌프 시설인 양수기가 과부하로 멈추면서 불과 10여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곧바로 예비 양수기가 작동했지만 물을 퍼내는 작업은 1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현장 곳곳에는 흐물거리는 황토 등이 발견됐다. 공극(암석 또는 토양 중의 빈틈)를 채우기 위한 벤토나이트와 황토의 혼합물이었다. 암반 곳곳에 바른 혼합물은 상당량 물에 녹아내린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양수기가 고장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부 물에 녹은 황토 혼합물은 건조시켜서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대곡천의 물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방수처리를 했지만 완전히 물을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암벽 뒤편으로도 ‘누수’… 반구대 암각화는 더 심각할 것

공사 현장이 물과의 전쟁을 치르는 데는 예상치 못했던 암반의 상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암벽 뒤편에서도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암반 사이에 틈새가 있다는 것인데 겉모습과 달리 지반이나 암벽 등이 여러 암반으로 나눠져 있다는 의미다.

현장 관계자는 “암벽 앞쪽으로만 물을 막으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당초와는 달리 뒤편에서도 물이 들어오고 있어 양수기로 물을 퍼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반구대 암각화의 암반 상태도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암각화의 벽면과 바닥 등 각 암반이 여러개로 나눠져 있어 틈새가 있을 수도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암반 상태는 본 공사가 시작되고 물을 모두 빼내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책임소재 불분명… 김민식 군의원 “TF팀 구성해야”

임시 물막이 모형 공사와 관련해 사업 추진을 문화재청이, 검증 실험을 울산시가, 공사만 울주군이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논란도 다시 제기됐다.

울주군의회 건설복지위원회 김민식 의원은 지난 25일 창조시설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자칫 잘못하면 국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업인데도 문화재청과 시, 울주군으로 업무가 나눠져 있다”며 “현재 시스템은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있고 앞으로도 구심점 없이 진행되는 공사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문화재청과 울산시, 울주군이 모두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TF팀을 구성해 반구대 보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1억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가변형 임시물막이 모형 설치 공사는 내년 1월께 준공하고 검증 실험은 같은해 11월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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