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줄이고 환경 살리는 미생물
농약 줄이고 환경 살리는 미생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2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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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사님, EM 주세요.” “예, 어떤 미생물을 드릴까요?” “아니요, EM미생물을 주세요.” “EM이라는 미생물은 없어요, EM은 미생물을 지칭하는 통칭이에요. 우리 센터에서는 4가지 미생물을 생산하는데 어느 것을 쓰시렵니까?” 미생물을 나눠주는 매주 금요일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대화다.

친환경농업의 확장으로 미생물을 농업에 이용하는 미생물농법이 급속도로 퍼져감에 따라 우리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미생물을 대량으로 생산해 보급하고 있다. 농약을 적게 사용하고, 땅의 힘을 보존·유지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친환경농업에 미생물이라는 새로운 핵심무기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微生物, Microorganism)이란 눈에 보이지 않고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미세한 단세포를 말한다. 약 38억 년 전 지구상에 가장 먼저 나타난 생명체인 미생물은 오랫동안 인류의 발전과 함께 식품으로 혹은 약재로 이용되어 오다가 현재는 산업이나 의약품 소재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아직까지 실체가 1%도 채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은 무궁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미래 인간의 삶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생물의 미래가치는 융·복합기술, 자원의 연금술사, 우리 환경의 파수꾼, 새로운 에너지원, 안전지킴이, 신(新)오아시스의 건축가, 자원전쟁의 첨병, 경제적 가치를 더해주는 자원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한마디로 보물상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말들은 우리 눈앞에 이미 현실로 펼쳐져 있다. 실례로 ‘국균(國菌)’은 일본의 전통식품인 ‘사케’와 ‘미소’를 발효시키는 균으로 일본에서는 ‘국가의 균’으로 지정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누룩곰팡이를 활용한 일본 식품산업의 시장 규모는 일본 전체 자동차산업과 맞먹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고추 탄저병에 유용한 미생물을 공급해 고추 생산량은 8.5% 이상 늘고, 병해충은 50% 이상 줄어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농업뿐만 아니라 축산업에서도 미생물을 사용한 농가의 98%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을 나타냈다. 악취 감소, 항생제 사용 감소, 질병 발생 감소, 증체율 향상 등의 효과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생물을 우리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양해 관내 농가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미생물 배양실 조성사업으로 매년 70톤 이상의 미생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바실러스균, 유산균, 효모, 광합성균을 생산하면 농가들은 이 균들을 사용목적에 맞게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하게 존재하고 ‘고초균’으로도 불리는 ‘바실러스균’은 각종 균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사료효율을 높이고 토양 속 각종 병원균의 작용을 억제한다.

‘유산균’은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가축의 소화율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또한 우리 토양 속의 인산 성분을 작물에게 유용한 인산으로 바꾸는 신통한 능력이 있어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해준다. 소의 먹이가 되는 곤포사일리지 볏짚들을 소가 먹기 좋게 만드는 작용도 한다. ‘효모’는 ‘막걸리균’으로 작물의 생장 촉진과 가축의 체량 증가에, ‘광합성균’은 냄새가 나는 입자를 흡수해 오염원 분해를 통한 악취 제거에 효과가 크다.

이 4가지 균은 서로 섞이면 상승작용이 나타나 가축의 장내(腸內) 또는 토양 속에서 병원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이러한 우량균은 유해균의 세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농업인들이 좋아하는 EM은 ‘Effective Microorganism’의 약자로 1종 이상의 미생물이 혼합된 미생물 복합액을 말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생산하는 4종의 미생물의 한 가지 또는 혼합된 균을 EM으로 볼 수 있다. EM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균은 바실러스균이다. 미생물을 나눠주는 금요일에는 많은 농업인들이 미생물 배양실에 들러 “미생물을 소 사료에 섞어 먹이면 잘 먹을 뿐만 아니라 축사에 냄새도 적게 나고, 송아지의 설사도 줄었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이렇게 좋은 미생물을 만들어 공급해줘서 고맙다”는 농업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담당자로서 느끼는 보람은 크다.

농업분야에서 미생물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사용방법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며 담당자가 예측하지 못한 효과들이 나타나면 상당히 고무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강아지 사료에 미생물을 섞어 먹이면 강아지 털에서 윤기가 흐른다거나, 변비(?)가 있는 분이 유산균을 드시고 치유 효과를 보았다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미생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자원들이며, 이런 자원의 활용은 실질적인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축산물 소비자들은 ‘안전성’을 농축산물 구입의 첫 번째 조건으로 삼는다. 또 많은 농업인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친환경적 소재를 개발해 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발효산업의 핵심인 미생물은 농업에서 가장 활발히 응용되는 소재다. 농업기술센터의 미생물 담당자로서 환경을 살리고 농업을 윤택하게 하는 유익한 미생물이 많이 보급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박형래 울산농업기술센터 농업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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