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수화학 불산 누출 “더 빨리 수습하려다 사고 더 키웠다”
울산 이수화학 불산 누출 “더 빨리 수습하려다 사고 더 키웠다”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5.11.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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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매뉴얼 무시… 무리한 임시배관 설치에 파손부위만 확대
▲ 울산남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했던 이수화학 울산공장의 드레인밸브와 같은 밸브를 들고 사고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최근 발생한 이수화학 울산공장의 불산누출 사고와 관련, 이수화학 측이 대응 매뉴얼을 무시하고 더 쉽고 빨리 수습하려다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수화학 울산공장장을 포함한 관리자 3명을 사고 책임자로 불구속 입건했다.

남부경찰서는 이수화학 울산공장장 A(52)씨, 생산부장 B(48)씨, 공무부장 C(54)씨 등 3명을 형법상 과실폭발성물건파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26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최근 남구 부곡동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 유독물질인 불산 1천ℓ가 누출된 사고와 관련해 안전 점검과 사고 이후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내 비상 대응매뉴얼을 무시하고 쉽고 빠른 수습을 위해 무리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 처음 불산이 누출된 시각은 당초 알려진 16일 오전 0시 45분께보다 6시간여 전인 전날(15일) 오후 6시 30분께였다. 드레인밸브(배수밸브)와 접합부 배관에서 발생한 누출 정도는 담배 연기 수준이었다고 근로자들은 진술했다.

사내 비상 대응매뉴얼대로라면 이수화학 측은 설비 공정을 차단하고 안에 있던 5천ℓ가량의 불산을 모두 다른 배관을 통해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이수화학 측은 누출 지점을 중심으로 양쪽 밸브를 잠궜다. 4천ℓ가량의 불산만 다른 저장 탱크로 옮겼다.

밸브가 잠긴 배관 안에 남아있는 1천ℓ가량의 불산을 옮기기 위해 이수화학 측은 드레인밸브에 임시배관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적은 양이지만 불산이 누출되고 있는 배관과 맞닿아있는 드레인밸브였다. 이수화학 측은 모든 불산을 한 경로로 옮길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쉽고 빠르게 설비 내부의 불산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임시배관 설치 공사가 계속될수록 이미 파손된 부위의 압력도 높아졌다. 결국 4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30분께 배관의 파손 부위는 2㎝로 벌어지면서 불산누출은 심각해졌다. 이수화학 측은 물을 뿌리며 방재작업을 하면서도 임시배관 설치를 멈추지 않았다. 배관 접합부의 기존 파손 부위는 물론 드레인밸브와 연결 중이던 임시배관에서도 불산이 뿜어져 나왔다. 2시간이 더 지난 16일 0시 47분께 누출을 겉잡을 수 없게 된 이수화학 측은 소방당국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이수화학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임시배관을 설치한 대응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초 누출을 인지한 이후 6시간이 지나서야 소방당국에 사고 사실을 알린 데 대해서는 신고의무 기준 상 문제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화학사고 즉시 신고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50ℓ 이상의 불산이 누출됐을 때 15분 이내 신고해야 하는데 누출 초기에는 그 기준량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드레인밸브(배수밸브)와 접합부 배관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드레인밸브 상부 용접부 부식 때문에 생긴 틈(크랙)으로 불산이 샌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식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부품에 대한 점검과 교체시기 등 이력관리가 없는 점으로 미뤄 지난 1999년 공정 시설물이 세워진 이후 16년 동안 방치됐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수화학에서는 지난해에도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해 가스를 마신 작업자 한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인명피해가 없지만 반복된 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엄격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소방당국은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 1천ℓ가량의 불산이 누출돼 6시간여 동안 방재작업을 벌였고 일대에는 최고 10ppm 농도의 불산이 검출됐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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