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울산에 남기고 간 말
대통령이 울산에 남기고 간 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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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TV 드라마 방송 사극(史劇)에 임금님이 행차하는 장면이 나오면, 호령꾼이 임금님 가마보다 한참 앞에 나와 ‘물렀거라! 물렀거라’를 외친다. 그러면 지나가는 백성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땅에 엎드려 조아린다. 드라마 작가의 상상력과 연출자의 영상 예술성을 발휘한 장면이니까 ‘물렀거라’라는 낱말과 조아리는 장면에 대한 고증(考證)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렀거라’는 이희승 편 한글사전에 나와 있지 않은 낱말이고, 백성들이 임금님 가마나 어가(御駕)가 지나가는 길에 나와서 조아릴 수도 없는 시대들이었다. 우선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미리 소문이 나서 얼씬거리지도 못하던 시절이다.

하여간 9월 3일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통령의 울산방문은 공항에서부터 울산시 의사당까지 가는 길을 철저하게 ‘물렀거라’ 하였다. 교통신호를 수동으로 바꾸어 파란불이 연계되도록 하였다. 교통경찰은 이 신호체계를 예행연습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지나가는 길에 연결되는 길은 한참동안 정체되었다. 정체된 길에 나와 있는 사람들마다, ‘지금 우리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데, 올림픽 7등인데, 그리고 21세기인데, 헬리콥터로 대통령을 모시면 될 텐데…’ 한마디씩 한다. 아주 옛날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동원된 학생과 시민들이 길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약 1시간을 기다렸다. 물론 9월 3일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이런 사설(私說)도 할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대통령은 ‘울산발전 토론회’에 참석하였다. 울산발전 전략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즉석에서 울산시장의 요청과 대표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도 하였다. 여기에 대통령이 남긴 말이 있다. ‘평소에 울산 같은 도시가 한 두세 곳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면서 ‘한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남긴 말은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 생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진정한 건의를 한다. 울산 같은 수출 공업도시를 기대하지 말고,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어야 했다. 현재의 울산이 전국 평균 물가보다 대개 10% 또는 그 이상 비싸다는 사실이다. 물가가 터무니없게 비싼 울산 같은 곳 두세 곳 더 있으면 안 된다. 이성(理性)을 잃은 상인들의 횡포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은 물가가 정상적이면서 안정된 생활 속에서 나와야 한다.

울산발전 전략은 영어로, 영어몰입교육의 취지에 맞게, A Strategy for the Development of Ulsan 이다. 여기의 전략은 낱말 자체가 융통성을 전제로 한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목적도 변경하고, 도달할 목표도 수정하고, 방법도 바꾸는 것이 세련된 전략이다. 이번 대통령의 울산방문에는 SK의‘제3 고도화 시설 준공식’ 참석도 포함되어 있었다. SK로서는 대단한 영광이다. 다시 전략 개념으로 돌아가서, 어려운 시간을 내어 울산을 방문하였으면, 융통성 있게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상’ 장소에도 들렸을 것을 그랬다. 이것이 국가발전을 위한 융통성 있는 전략인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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