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복산 ‘근린조각공원’
중구 복산 ‘근린조각공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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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조차 복산동에 이런 ‘명품’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중구청에 온 민원인에게 물었더니 ‘복산2공원’을 가리켜 줄 만큼 이 근린공원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중구청 방향 북부순환도로 끝자락에서 신호등을 건너와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자그마한 언덕배기 너머에 이국적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 찾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 저런 공원이 있었던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특이하다. 주위에 주택이 밀집해 있으면 내다버린 쓰레기, 오물이 쌓이기 마련이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자체의 정결함 때문에 ‘뭇 사람들이 성역을 범하지 못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근방에 큰 도로가 없어 조용하기도 이를 데 없다.

중구 복산동 600번지 일원에 조성된 복산 근린공원은 총 면적만 2만3천318㎡(약7천200평)이다. 10여년 전에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했으나 재정여건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다가 작년 3월에 준공됐다. 토지보상비, 공사비 및 기타비용을 합해 87억2천5백만의 사업비가 소요됐다.

야산에 가까운 언덕배기를 다듬어 수경시설, 소규모 공연장, 체육시설, 산책로 등을 갖췄고 정상에 있는 관리소는 전망대를 연상케 한다. 인조 포장제를 깔아 만든 산책로 주변엔 잔잔한 푸른 잔디가 일가견을 이룬다. 아무튼 이곳에 공원을 조성키로 계획했던 발상은 우연, 필연을 떠나 탁월한 것임에 틀림없다. 복산 근린공원 조성 하나로 이 지역 주변 경관을 일거에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원래 복산동 600번지 주변은 중구의 낙후지역들 중 하나였다. 복산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주택지역은 좁은 골목길로 연결돼 있었고 건물들이 낡아 재개발 대상이었다. 울산초등학교 앞을 관통하는 도로가 개설되면서 주변이 정리되긴 했지만 이 근린공원이 들어서면서 ‘공간의 부족’이 완전히 메꿔졌다. 미로처럼 얽혀있던 골목길은 정비, 포장됐고 북부도로에서 공원으로 통하는 길은 새로 확장됐다.

이런 ‘빅 히트’ 작품을 누가 기획했을까 궁금하던 차, 중구청 녹지과의 아이디어려니 생각하고 찾았는데 의외의 말을 듣게 됐다. 조용수 중구청장의 ‘선거공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근린공원을 ‘조각공원화’하는 발상은 담당부서에서 나왔을 것 같아 재차 물었지만 ‘윗사람의 대구민(對區民) 약속’ 중 일부라고 했다. 이 숨겨진 복산 근린공원에 조각품 24점을 새로 설치해 ‘근린조각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현재의 복산 근린공원 구성은 나무, 풀, 돌, 의자, 공간, 길 등 일반개념의 공원요소만 갖추고 있을 뿐 차별화 된 특색은 없다. 이런 미비점을 보완키 위해 공원 곳곳에 조각상을 설치한다는 구상인데 참신한 생각이다. 현재의 이색적인 근린공원에다 미(美)적 요소까지 융합시켜 품격공원으로 재정립 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향후 설치될 조각품이다. 이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선 국가, 지방자치 단체에서 시행한 공모전에 당선돼 실제로 제작, 설치해 본 ‘경험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비전문가, 지방유력인사들이 ‘공론화’ 해 결정하는 것 보다 해당 전문가들의 조언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개념으로 어떻게 만들어 어디에 설치하느냐’도 중요하다. 계획안에 의하면 대형작품 1점, 중형5점, 소형18점이라고 한다. 24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조각공원’의 개념에 맞춰 제작·배치하는 일은 노련한 ‘경력자’들만 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몇몇 사람의 의견을 취합해 두루뭉술하게 끝내서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왕에 내친 걸음이라면 전문가들을 동원해 ‘최고의 조각공원’으로 만들어 보자.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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