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내타결’ 적임자는?
현대차 ‘연내타결’ 적임자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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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새 지부장 선출을 위한 1차 선거가 치러졌다. 정식 명칭은 ‘제6대 현대차지부 임원선거’다. 즉 지부장은 물론 수석부지부장과 사무국장 등 러닝메이트가 동반 출마하는 것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와 유사하다.

3명의 지부장 후보가 각축전을 벌인 이번 선거 역시 종전처럼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27일 있을 2차 선거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됐다. 갖가지 화려한 공약을 내걸며 ‘내가 적임자’라고 외치던 3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은 1차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두 후보 역시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현대차 지부장 선거는 매우 특수한 배경을 깔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조합원도 잘 알 것이다.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출발했던 올 임단협이 전임 이경훈 지부장 임기 만료(9월 말) 전에 타결되지 못해 교섭이 중단돼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얼핏 보기엔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할지 모르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전임 집행부로서는 자기 임기 내에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할 것이다. 더구나 그 원인이 교섭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반(反) 집행부 조직들이 갖가지 용훼(容喙)를 하는 바람에 ‘다 된 밥에 코푼’ 격이 되고 말았으니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1차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홍성봉 후보가 전임 집행부의 수석부회장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즉 조합원들에게 교섭의 일관성과 연내타결을 위한 최고적임자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그를 지부장 후보로 내세웠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는 ‘통상임금’이라는 역대 어느 교섭에서도 다루지 않은 안건이 함께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노조가 소(訴)를 제기했던 통상임금 문제는 사실상 사측이 승소했다. 그럼에도 노조의 요구로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다가 지부장 임기가 종료되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편 400여 표 차이로 힘겹게 결승전에 오른 박유기 후보는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금속노조위원장을 지낸 화려한 노동운동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울 수 없는 불명예이자 큰 멍에가 있다. 노조위원장 당시 조합원에게 지급할 선물과 관련해 비리 사건이 발생해 결국 중도 하차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문제로 그는 적잖은 배상금 상환 책임까지 지고 있어 조합원들 사이에 이러저런 얘기가 두고두고 회자(膾炙)되고 있다. 비리사건 발생과 법원 판결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배상책임을 미루다가 선거를 앞두고서야 “배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득보다는 실(失)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배상 차원을 떠나 “조합운영을 투명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다. 도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노동운동에서 수억원 규모의 큰 비리사건이 발생한 것은 치욕이자 비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릇 세상일이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마련이다. 새 지부장 선거야 27일 부로 결정이 난다. 문제는 지난 9월에 중단된 교섭을 누가 언제 마무리 짓느냐이다. 두 후보 모두 “연내에 타결하겠다”고 약속은 했다.

만약 올해 안에 교섭이 끝나지 않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세금폭탄’이라는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로 정년을 맞이하는 퇴임자들은 성과급 등 적잖은 돈을 억울하게 날려버릴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선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지금 전전긍긍하며 연내 교섭타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 조선·유화산업이 최악의 지경을 맞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연내에 협상을 끝내지 않을 경우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점도 간과할 부분이 아니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를 단순히 하나의 기업 노조위원장 선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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