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보듬는 일이 제게 주어진 달란트죠”
“사회적 약자 보듬는 일이 제게 주어진 달란트죠”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11.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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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림 목사/울산교회 이주외국인선교회 전체담당
 

성탄선물 꾸러미에 찾아든 성탄 분위기

크리스마스트리 치장은 아직 이른 듯해도 성탄 분위기는 교회 봉사자들의 손끝에 이미 찾아와 있었다. 24일 오전 울산교회 1층 영유아실. 여기서는 이 교회가 약 40개 나라에 파송한 해외선교 일꾼 130여 명에게 보낼 성탄선물 꾸러미에 주소지를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장상자는 먹고 싶어도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국산 기호식품들로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봉사자 한 분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건어물, 김, 고추장, 표고버섯에 호떡믹스, 라면, 과자, 차, 커피에 건강식품까지 온갖 것이 다 들어있지요.” 호기심에 하나를 들어보니 무게가 꽤나 나간다.

이주외국인선교 바탕… 출애굽기 22장21절

끝까지 거들지 못해 미안해하는 이창림 목사(36)를 건넌방 ‘새신자실’로 자리를 옮기도록 유도했다. 해외선교의 성서적 근거가 궁금했다. 마태복음 28장 18∼20절의 ‘예수님 말씀’을 들려준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

울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주외국인을 겨냥한 선교도 맥락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해외선교가 이방(異邦=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이주외국인선교는 국내, 그것도 울산에서 이뤄진다. 이주외국인선교는 울산의 다른 교회에서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지만 ‘뿌리’로 치자면 울산교회가 가장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근두 담임목사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이 땅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섬길 것인지 하는 문제도 해외선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고민하시던 정 목사님이 2003년부터 시작하신 사업이 이주외국인 선교이니까요.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울산교회의 이주외국인 선교의 역사는 햇수로 만 12년을 헤아린다.

‘울산교회 이주외국인선교회’의 사업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전체담당(책임목사)으로서 이창림 목사가 어떤 신앙적 반석 위에 서 있는지, 생각을 캐물었다. 대뜸 출애굽기(=이스라엘민족의 이집트 탈출기) 22장 21절의 ‘모세의 말씀’을 떠올린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이집트)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

5개 언어권 외국인 130명, 3곳서 주일예배

울산교회 이주외국인선교회는 5개 언어권으로 나누어 ‘선교사역’에 나선다. 주일예배를 영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중국어 그리고 몽골어로 진행하는 것이다. 예배 장소와 시간은 언어권별로 나누어진다.

신도들은 80%가 이주노동자이고 다문화가족(결혼이주여성)과 유학생이 각각 10%씩 차지한다. 한국인 신자 60여 명이 이주외국인 선교 일을 돕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신도 수로 보면 영어교사, 연구원도 같이 섞여 있는 ‘영어 예배부’(English Ministry→Ulsan International Church)가 단연 으뜸이다. 필리핀, 미국, 남아공, 스리랑카, 캄보디아 국적까지 망라된다. 주일 오후 2시 반, 울산교회 교육관 1층 백합부실에서 예배를 드린다.

‘러시아 예배부’(Russian Ministry→Ulsan Russian Worship)의 사역 대상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건너온 분들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뒤끝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중구 함월초등학교 근처 옥교동 쉼터 5층에 주일예배 공간이 있다.

나머지 ‘베트남어 예배부’(Vietnamese Ministry→ Vietnamese Family in Ulsan), ‘중국어 예배부’(Chinese Ministry→울산중국기독교회), ‘몽골어 예배부’(Mongolian Ministry)는 모두 중구 옥교동 시티빌딩 5층의 ‘외국인 쉼터’가 주일예배 공간이자 같이 어울리는 사랑방이다. 그만큼 분위기가 따뜻하고 활기도 넘친다. 중국어 예배는 주일 낮 12시, 몽골어 예배는 오후 1시 30분, 베트남어 예배는 오후 2시에 시작된다.

이주외국인 전체 신도 수는 지난해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14개 나라에서 온 130명가량이다. 그런데 그 수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출입국 기간과 무관하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4년 10개월이 차면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지요. 5년이 넘으면 나라에서 영주권을 발급 책임이 따르니까요.” 이 목사의 귀띔이다.

 

▲ 이창림 목사 가족사진.

“집사람이 저보다 한국말 더 잘하지요”

부인 ‘치미게’씨와 한국-몽골 이메일로 연애

이창림 목사는 주일예배를 ‘몽골어 예배부’에서 인도한다. 그러나 자세한 몽골어 설교와 통역은 부인이 도맡기도 한다. 부인 ‘남 더르지 에르렌 치맥’씨(줄인 애칭 ‘치미게’, 한국이름 주성하씨)가 몽골 국립사범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데다 신앙심도 깊기 때문이다. 치미게씨는 기독교 신앙을 본국에 있을 때부터 접하고 있었다. 2005년에는 부산 고신대에서 8개월간 장학생으로 유학한 경력도 있다.

몽골어 예배부에서는 몽골에서 장로교신학교를 나온 ‘간저릭 목사’도 이 목사의 선교사역을 측근에서 돕고 있다.

한국어 전공 재원답게 치미게씨는 ‘서울 표준말’ 실력이 수준급이다. 이 목사가 잠시 부인 칭찬에 침이 마른다. “한국말은 저보다 훨씬 더 잘해요. 용모도 한국인이나 다름없고. 우리 목사님(정근두 울산교회 담임목사)은 저더러 집사람과 국적이 바뀐 것 아니냐’고 농담을 즐기신답니다. 사실 집사람보다 제가 더 몽골 사람을 닮았거든요.”

5년 연하 부인과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룬 것이다. 맏이(장남)가 올해 우리 나이로 8살이니 결혼, 그리고 연애 시기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천생연분인지, 그럴 만한 여건은 이미 무르익고 있었다.

이 목사는 당시 3년제이던 천안의 고려신학대학원을 2006년도에 졸업하고 목사의 길로 접어든다. 대학과정은 신학대학이 아닌 인제대에서 ‘정치외교학’과 함께 ‘신문방송학’도 전공했다. ‘방송선교’가 꿈이었던 탓이다.

대학생 시절인 2002년 여름방학, 이 목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해외봉사(기독교 선교)에 처음으로 뛰어든다. 2003년의 카자흐스탄 체험에 이어 2004년에는 휴학계를 내면서까지 몽골 봉사체험에 나선다. 이때 만난 이가 지금의 부인 치미게씨다. 이 무렵 그녀는 몽골YMCA 및 SFC(Student for Christ) 회원이자 자격증을 갖춘 한국어 통역사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첫눈에 반했어요. 그런데 집사람은 안 그랬던 모양입니다.” 치미게씨는 부친이 수도 울란바타르의 징기즈칸 국제공항 세관 직원이었으니 집안 배경도 좋았다고 했다.

그 뒤로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국제 이메일 연애’가 끈끈히 이어진다. 그래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휴대전화로 하면 1분 요금이 800원이나 됐으니 말입니다.” 이 목사의 회고담이다.

2007년 11월에 결혼에 골인했으니 올해로 국제결혼 8주년이 되는 셈이다.

내년 창립60돌 울산교회, 외국인선교 ‘맏형’

내년으로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는 울산교회는 이주외국인선교는 물론 해외선교에서도 울산지역 교회의 선봉장 역할을 다해 왔다. 40개 나라 130여명의 해외선교 일꾼 수가 이를 입증한다, 몽골에만 7개 교회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동안 터득한 노하우도 선교사역의 곳간에 수북이 쌓아두고 있다. 이는 이주외국인선교에서도 기름진 밑거름이 되고 있다.

1년에 두 번은 외국에 세워진 교회에서 ‘양육단기선교’ 체험에 나선다. 울산의 5개 언어권 예배부에서는

그 덕분에 이주외국인 신자 중에서 목회의 길을 걷는 이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중동포이면서 중국어 예배부를 이끌고 있는 한은권 목사(32, 중국 심양 출신)가 대표적인 본보기다.

한 목사는 울산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울산교회 신도가 된 부친의 권유로 경기도 일산 에스라신학교에 진학해서 목회자가 된 경우다. 베트남어 예배부를 이끌고 있는 투언 목사 역시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가 부산 고신대에서 신앙의 깊이를 더했다.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로 울산교회 신자가 된 영어 예배부의 제이슨씨는 내년에 부산 고신대에 진학,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을 굳힌 경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의 울산지역 큰집 격인 울산교회는 신자 수가 5천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울산에서 가장 큰 교회’의 위상을 굳혀오고 있다. 중구 복산동의 본예배당 외에 북구 매곡예배당과 남구 신정예배당을 지원하고 있다.

목사, 강도사, 전도사를 포함해 담임목사의 목회를 돕는 ‘부교역자’ 수가 24명이나 된다.

2011년 1월 강도사 자격으로 울산교회에 몸을 담았다가 시험을 거쳐 이듬해 4월 목사 직함을 갖게 된 이창림 목사. 그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소명, 임무)’라고 생각한다. “담임목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땅에 들어오신 외국인은 물론 장애 가진 분들까지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일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장애인 선교 부서인 ‘울산교회 백합부’의 지도목사의 소임도 같이 감당하고 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사진= 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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