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갔다 온 이야기(습지 견학기)`
홍콩 갔다 온 이야기(습지 견학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23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간 홍콩을 다녀왔다. 중국의 홍콩은 한 시대에 영국이 통치하던 영국령 도시였다. 방문 목적은 생태관광 선진지 견학이었다. 목적지는 ‘홍콩습지공원’ 및 ‘마이포(mai po/米 ) 습지’로 이들 습지의 운영 및 관리체계를 간접경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홍콩 방문은 태어나고 처음이었다. 하지만 도시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홍콩 아가씨’라는 대중가요를 자주 듣고 성장한 세대이기에 더욱 그랬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가시면 그리운 영난 꽃/ 아아 꽃잎처럼 다정스런 그 사람이면/ 그 가슴 품에 안겨 가고 싶어요. (홍콩아가씨/금사향)” 언제 들어도 박자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 수 있는 정감 있는 노래다.

홍콩은 무역, 금융, 보석가공, 쇼핑 등이 주요 산업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실감났다. 특히 홍콩의 야경은 바닷물의 반영(反影)과 화려함으로 감명이 남달랐다. 눈으로 보기에도 우리나라와 확실하게 다른 것은 자동차의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고, 2층 버스가 운행된다는 사실이었다. 해발 500m 남짓한 태평산에서 운행되는 트램(Tram)은 시가지의 야경을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재미도 선사했다. 홍콩이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가는 인천과 홍콩 간의 비행 횟수가 하루 25회나 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견학에서 느낀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자연생태환경이 잘 보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먼저 찾아간 ‘홍콩습지공원’은 조성된 사연이 태화강대공원의 그것과 유사했다. 아파트단지 조성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건축업자와 지역민 그리고 행정기관 사이의 원만한 소통으로 현재의 습지공원으로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아파트 건축업자도 지역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현재는 외국인들까지 찾아오는 생태관광지역으로 발전했다. 생태관광을 준비하는 여러 나라와 지역의 관계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성공사례라고 생각된다.

다음 날 찾아간 곳은 ‘마이포(米 )습지’였다. 이 습지는 크게 일반인의 새우양식장과 보전지구인 맹그로브 늪(Mangrove swamp)으로 구분되었고, 해안 갯벌 습지로는 보전상태가 완벽했다. 특히 1km 정도의 맹그로브 숲길에서 볼 수 있는 짱둥어와 붉은색 ‘맹그로브 게’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숲의 끝 넓은 갯벌에는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조류관찰대가 있어 댕기물떼새, 장다리물떼새, 뒷부리장다리물떼새 등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저어새가 단연 압권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다고 했다. 마이포습지는 과거 역사에서 사라진 울산의 삼산벌 습지와는 달리 보전이 잘 되어 있고 람사르 사이 (Ramsar Site)에도 등록되어 있다. 현재까지 보전이 가능했던 것은 자연생태환경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대를 앞서 인식한 영국의 선진 환경정책의 성과라고 생각된다. 습지를 스스로 찾는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둘째로 ‘마두진(馬頭津)’과 ‘청마교(靑馬橋)’의 명칭이 낯설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콩 시내를 오고가는 중에 도로표지판에서 ‘馬頭’란 글자를 발견했다. 울산 민속놀이 ‘마두희(馬頭戱)’를 진작 알고 있는 터라 관심이 갔다. 마두가 홍콩에서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선착진(船着津)’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지역민에게 물어 내일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겠다고 해서 다음날을 은근히 기대했으나 지역민도 모르고, 옛날부터 그렇게 불러 왔다는 답변뿐이었다. 청마교(靑馬橋)는 중국 본토와 홍콩 섬을 잇는 다리로 자동차는 여기를 건너야만 본토로 들어갈 수가 있다. 청마교라고 이름 지은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역시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족을 달면, ‘마두’든 ‘청마’든 마(馬)는 인문학에서 강, 거친 파도, 물, 용(龍), 산 등으로 상징된다. 마두(馬頭)는 용의 다른 이름으로 마두(碼頭)라 쓰기도 한다. ‘마(碼)’는 나루터를 의미하는 한자어 ‘진(津=나루터)’과 같다. ‘두(頭)’는 형용사의 뒤에 쓰여 추상명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청마(靑馬)는 그대로 해석하면 ‘푸른 말’이고 의미로 접근하면 ‘청룡(靑龍)’이다. 경남 통영 출신 유치환 시인의 호도 청마다. 고향 통영 앞바다 넘실대는 푸른 물결의 상징어가 바로 청마였다. 충북 옥천군에도 청마교가 있다.

다시 사족을 달면, 울산에는 마두와 관련된 놀이가 있고, 이를 마두희라 부른다. 학성지(鶴城誌)에는 “대개 馬頭라는 것은 예부터 일컫기를, 東大山의 한 줄기가 남쪽 바다 속으로 달리니 그 모양이 말머리와 같은데 원래 서쪽을 돌아보지 않았으므로 고을 사람들이 그 흘러감을 싫어하여 새끼줄로 그것을 끌어당김으로써 놀이를 삼았다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 마두를 전술한 것처럼 ‘용(龍)’의 의미로 접근한다면 더욱 다양한 문화를 창달할 수 있겠다.

마두희는 전국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줄 당기기가 아니다. 울산의 마두희는 말머리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용머리’를 당기는 놀이라고 볼 수 있다. 울산의 독창적인 마두희가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줄 당기기’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 ‘마두희 축제’를 줄 당기기 행사로만 여기지 말고 시의성 있게 발전·진화시킨다면 중구지역 경제 살리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