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진단과 산재사기
허위진단과 산재사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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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보통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하는 말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는 말을 일컫는다. 사전에서는 ‘거짓말은 말하는 이가 이미 거짓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로 하여금 사실로 믿게 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발언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와는 달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기쁨이나 좋은 결과를 주기 위해 하는 일종의 착한 거짓말이다. 예컨대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좀 더 잘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 했다면 그것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짓말은 왜 할까.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기방어를 위한 수단 또는 자기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싶다.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판을 치는 요즘, 치열한 경쟁 속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거짓말은 어쩌면 적당히 필요한 ‘생존수단’이 됐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산재보험금을 노린 전문 브로커들이 근로자가 많은 울산에 거점을 두고 현대차 등 수십명의 근로자들에게 접근해 산재인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산재판정을 받게 해주거나 높은 등급을 받게 해준 후 보험금을 나눠가진 일당이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허위로 병원에 입원하는 속칭 `나이롱환자`를 비롯해 형태도 다양하다. 사회에 만연돼 있는 크고 작은 보험사기와 산재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고 부정수급액도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골치 아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밝힌 산재보험 허위 부정수급 현황에 따르면 2013년에 총 434건에 보험금 117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총 984건에 301억원으로 1년사이에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허위 부정수급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또 그 만큼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지는 산재보험금 누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장비사고를 안전(인명)사고로 꾸며 10일간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 현대차 전 노조간부 A모씨가 최근 경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엑센트와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발생했다. 이번 일로 1천여대의 생산차질과 생상차질액도 1천100억원이 넘었다.

경찰과 회사관계자 등에 따르면 A씨가 작업현장에서 일하던 B씨에게 장비사고로 다친 것처럼 서로 짜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생산라인을 비정상적으로 세웠고 근로복지공단에 허위로 산재신청을 냈다는 것. 다치지도 않았는데도 다친 것처럼 허위로 꾸며 진단서를 발급받아 산재신청을 낸 것은 엄연한 산재사기이며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다치지 않은 사람한테, 그것도 전치 5주의 진단서를 발급해준 울산시 중구소재 모병원 역시 책임소재에서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재보험 부정수급사례 급증에는 의료기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병원은 울산지역에서 소위 말하는 노동활동가들은 다 아는 병원으로 알려졌다.

허위 산재신청으로 생길 파장과 경찰조사 등으로 불안을 느낀 B씨가 최근 양심선언을 통해 결국 이번 사건은 쉽게 실마리를 풀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도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려 산재사기는 미수에 그쳤지만, 또 한명의 허위 부정수급자가 발생할 뻔했던 사건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만연된 ‘거짓풍토’와 ‘아니면 말고’식의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하루속히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주복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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