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눈 날리는 늦가을… ‘감성 충전’ 떠나자
노란 눈 날리는 늦가을… ‘감성 충전’ 떠나자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5.11.19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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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수생식물·생태관 등
폐교 새단장해 2001년 개원
늦가을 분위기 느끼기 그만

▲ 폐교를 리모델링해 지난 2001년 개원한 울산들꽃학습원 전경. 최근 이 일대에 공공주택 개발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주민들이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 운동장 주변 벤치는 늦가을을 느끼기에 최적이다.

“엄마. 노란 눈이에요. 그런데 눈사람이 안 만들어져요.”

주말 낮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준 사연이다. 늦가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 딸 아이와 함께 동네 산책에 나섰다가 공원에서 놀던 딸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건넨 말이란다. 떨어진 은행잎을 모아 이리저리 뭉치던 아이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며 보낸 어느 엄마의 사연이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수북이 쌓인 은행잎도 볼 수 없게 되겠지 생각하면 ‘이 가을이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하는 바람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가고 없는 것, 사라진 것을 그리워한다. 계절도, 사람도, 장소도 마찬가지다.

도심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울산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에 ‘울산들꽃학습원’이 있다. 폐교된 서사분교를 새로 꾸며 지난 2001년 개원했으니 이제 왠만한 울산 사람들은 다 아는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4일 오전 막바지 가을을 한번 느껴보자 싶어 찾은 들꽃학습원.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친 후라 촉촉한 비내음이 포근한 바람에 밀려왔다. 나무들은 가을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습원 곳곳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커피 한잔을 들고 벤치에 앉아 책을 들면 한권 정도는 단숨에 읽어내려 갈 것 같았다.

주말이라 운동장에는 연날리기 체험을 하는 가족들도 있었고 간간이 아이들 손을 잡고 생태학습을 나온 부모도 있었다. 이따금 운동장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 곳이 과거에는 학교였음을 다시금 알려줬다.

이 곳이 학교였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뿐만이 아니다. 학습원 본관동은 옛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담한 시골학교의 정취는 그대로 보여준다.

학습원에는 수령 80년 이상된 왕벚나무와 버드나무 등 노거수와 800여종의 수생식물 등이 있다. 덩굴식물원과 양지식물원, 반딧불이생태관, 꼬리명주나비생태학습장 등 유치원이나 초등생들에게는 최고의 자연체험학습장이다.

본관동에는 다양한 곤충과 민속품을 전시해 사시사철 탐방객을 반긴다.

곧 다가올 겨울을 채비하느라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해 자연체험학습이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늦가을 정취를 누리기에는 딱인 곳이 여기다.

그런데 얼마 전 인근 주민들이 들꽃학습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 일대에 공공주택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부지가 학습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 척과리 일원에 1만1천888가구의 공동주택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미 오래 전 부터 진행하던 사업인데 진척이 없다 올해 들어 다시 가시화하고 있다. 학습원 인근 마을인 서사마을 주민들은 교통난을 우려하며 학습원을 산과 인접한 지역을 골라 옮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학습원을 관리하고 있는 시교육청은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개발사업 때문에 교육공간을 옮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전 민원을 제기했다.

사람들은 사라진 것을 그리워한다. 주민들의 민원이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겠지만 이 곳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들꽃학습원 늦가을 벤치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잔에 책 한권 읽는 여유를 가져보기를 권한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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