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에게 배우는 넘치지 않는 그릇
알렉산더에게 배우는 넘치지 않는 그릇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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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들에겐 선심(善心)과 욕심(慾心)이 있다. 선심은 모든 사람들에게 선한 마음으로 내 것에서 타인 쪽으로 보내고자하는 마음이고 욕심은 타인의 것에서 나의 것으로 취하고자하는 마음이다. 욕심은 바람 같아서 절제하지 아니하고 자족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면 고무풍선처럼 부풀다 터지고 만다. 사람 사는 곳에는 이 두가지 마음이 혼재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병이 점점 깊어지자 왕실에서는 깊은 시름에 빠져있었다. 병을 고쳐보기 위해 명의나 신하들은 분주하게 왔다갔다 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왕실은 안타까움에 허둥대고 있었지만 대왕은 오히려 침착하고 담담했다. 얼굴에는 짖은 병색이 역력했는데 강한 정신력으로 인내하며 자기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죽음을 맞이하려는 모습이었다.

신하들은 지극정성으로 대왕에게 편하게 쉴 것을 권유했다. 대왕은 이렇게 말을 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게, 사람이란 죽으면 잠을 자게 되는 법, 살아있는 지금 어찌 잠을 잘 수 있겠나!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시간, 소중하고 충실하게 보내리라.”

그러던 대왕도 병이 점점 더 깊어지자 자리에 앉을 힘조차 없게 되자 사람들은 마지막 유언이 무엇일까 모두들 궁금해 하였다. 하지만 사경을 헤매면서도 알렉산더 대왕은 좀처럼 유언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마침내 왕실의 모든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으로 내어 놓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시요”

기다리고 궁금했던 대왕의 유언치고는 너무 황당한 유언이었다. 세상에 이토록 절대적 권력과 어마어마한 부를 한손에 쥐었던 대왕의 유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에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할뿐이노라.” 이렇게 영웅 알레산더 대왕은 죽음을 맞이했다.

이 말이 주는 교훈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모았던 재물이나 권력은 허무하고 무상하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에게 욕심(慾心)보다 선심(善心)이 중요함을 가르쳐준다. 돈이, 재물이, 권력이 우리의 삶에 전부인양 목숨을 걸어놓고 들이대거나 지극히 보편적인 길을 이탈하여 가지 말자. 그냥 물 흘러가듯 구름에 달 가듯 우리의 삶을 살아가자. 우리는 어차피 이 세상에 잠시 소풍 나온 사람들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교훈으로 우리 사회가 밝고 맑은 모습으로 ‘리셋’되는 희망을 기대한다.

어떤 그릇에 물을 채우려 할 때 지나치게 채우고자 하면 곧 넘치고 말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함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욕심을 비우고 적당히 채워 넘치지 않는 그릇으로 만들어 가자. 이는 계영배(戒盈盃)라는 술잔을 설명하는 대목으로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인용해 한 말이기도 하다.

이 계영배는 술잔의 7부까지만 채워야지 그 이상을 부으면 이미 부은 술마저도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신비로운 그릇이다. 돈도 지위도 명예도 사랑도, 그릇의 7부까지만 채우고 그 이상은 절제하거나 양보하는 삶의 태도, 바로 거기에 참된 행복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무수한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그 인연 속에 고운 사랑도 엮어가지만 그 인연 속에 미움으로 엮어지는 게 있다. 고운 사람이 있는 반면 미운 사람도 있고, 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외면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고운 인연도 있지만 피하고 싶은 악연도 있는 것이다.

우린 사람을 만날 때, 반가운 사람일 때는 행복함이 충족되어져 온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만날 때는 그다지 반갑지 않아 무료함이 몰려온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도 있다. 언제든 만나면 반가운 사람으로, 언제든 만나고 헤어져도 다시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넘쳐나는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면 좋겠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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