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소통하는 교통정책 필요”
“시민과 소통하는 교통정책 필요”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5.11.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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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사람이 먼저다-(하) 대중교통 편한 울산 만들기

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의 비중을 키우기 위해서는 차의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차가 사라진 길을 사람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차를 줄이는 방법은 기회비용과 그에 따른 선택에 있다. ‘차’를 가져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울산시 “노선신설·버스 전용차로 등 검토”

대중교통을 확대하는 것은 길에서 승용차를 덜어내는 일이다.

길에서 시내버스가 차지하는 면적은 승용차의 2배 남짓이지만 이용자는 10배에 달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만큼 도로에는 승용차가 사라지고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진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사람 중심의 교통 정책에서 핵심인 셈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울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첫번째 방안은 노선 신설이다. 울산시는 동서로 길게 늘어선 도시의 끝과 끝을 연결하도록 북구에서 울주군 서부지역을 잇는 노선으로 2시간이 넘는 경로를 검토 중이다.

또 효율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위해 ‘환승’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면적이 넓은 탓에 한 노선에 버스가 자주 오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일정 지역에서 버스를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울산역 복합환승센터가 그것이다. 울산시는 복합환승센터가 건립되면 대중교통 이용이 훨씬 편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남구 문수로, 삼산로 등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로의 구간에 대해 평일 출퇴근시간에만 탄력적으로 버스 전용차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도심에서 대중교통의 이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 수요 조사·대안 수단 모색 등 거시적 접근 필요

이같은 계획 뿐만 아니라 함께 검토돼야 하는 것이 대중교통 수요자에 대한 조사다.

울산시의 정책 대부분은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매일 집계되는 버스 이용객 현황이 울산시가 활용하는 ‘수요’다. 버스를 타는 이들이 ‘수요’고 그만큼 늘어나는 버스 대수가 ‘공급’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현재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잠재 수요자들이 빠져있다.

대중교통의 수요는 두가지로 나뉜다. 다른 수단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하는(captive) 수요와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choice) 수요다. 선자가 고정적인 수요라면 후자는 유동적·선택적 수요다.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이 선택적 수요층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들이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서비스가 공급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이같은 전수조사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시는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요 예측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고 밝혔다. 중구 혁신도시에 신설된 KTX리무진 노선이 대부분 공기만 실어나르는 현실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노선 하나하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거시적인 시각에서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도시의 팽창, 시민들의 이동 경로, 수요계층의 변화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램, 경전철, 순환버스 등 대안 수단을 도입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 “승용차가 불편하다고 인식해야… 기회비용의 문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짧은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전문위원 김승길 공학박사는 “울산의 도로는 도심을 관통해 남북(수도권·부산 등)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류 수송을 빨리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형차량이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교통체증과 안전문제가 심각해진 면도 있다”며 “도시 외곽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순환도로가 개설되면 물류 운송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도심 길은 온전히 사람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김승길 박사는 “사람들이 이동 수단을 선택하는 데는 기회비용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빠르고, 저렴하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며 “버스 전용차로와 같이 대중교통의 소통을 우선으로 하는 교통 정책과 함께 도심 주차 요금을 높이는 가격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안 수단에 대해서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버스만으로는 구축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트램과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라면서도 “어떤 교통 수단을 어느 지역에 설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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