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호황’에도 인쇄소 특수 사라져
‘분양 호황’에도 인쇄소 특수 사라져
  • 최상건 기자
  • 승인 2015.11.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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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현수막 등 싸고 인프라 갖춘 타지역서 제작… 총선때도 상황 비슷할듯
▲ 7번 국도 일원에 아파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김미선 기자

“아파트 분양 호황이요? 전단지가 많이 돌아 인쇄소 장사가 잘 되냐고요? 여기 멈춘 인쇄 기기들 좀 보세요. 활황, 그거 우리하곤 상관없어요. 전단이고 현수막 대부분 타지에서 와요.”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기를 맞아 울산에서도 분양 광고 용지와 현수막이 신문 속과 거리 곳곳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지역 인쇄업체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지난 11일 찾은 남구 신정5동 인쇄업체 밀집거리는 매우 차분했다.

아파트 분양시장 활황 속에 분양 대행업체로부터 발주 받은 광고 인쇄로 쉴 틈 없이 분주할 거란 예상이 깨졌다.

10년 가까이 인쇄업에 몸담고 있다는 A기획 대표 김모(45)씨는 “아파트 분양 광고로 특별히 매출이 늘거나 특수를 누리고 있지 않다”며 “광고 인쇄물의 경우 유통경로가 특별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울산에 배포하는 아파트 분양 광고 전단지는 대부분 울산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전단지 대부분은 대구·부산·서울에서 제작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 설명에 따르면 전단지의 기획·디자인은 울산에 있는 인쇄업체가 하지만 실제 인쇄기로 찍어내는 작업은 대구지역 업체가 맡아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단지 제작을 의뢰받은 업체의 경우 오후 8시까지 대구 인쇄소에 주문을 넣으면 대구에서 밤새 출력해 다음날 아침까지 화물차 등으로 받는다”며 “울산의 대부분 전단지 제작 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은 대구보다 인건비가 1.5배 높아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사실 운송비와 인건비, 제작비용 모두 더해도 울산에서 제작하는 것보다는 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울산의 인쇄업체들은 광고지, 명함 제작보다 대규모 토건사업처럼 건설 붐이 일 때 도면인쇄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며 “지금은 계속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수막 제작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

울산에서 10년간 현수막을 제작해 왔다는 디자인토크의 허주영(37) 실장은 아파트 특수 효과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허 실장은 “최근 울산 전체가 아파트 분양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현수막 제작 업체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분양 업체들뿐만 아니라 현수막 수요 대부분이 인터넷 주문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수막 단가는 서울이 울산보다 절반가량 싸다”며 “아파트 분양 광고 현수막처럼 대량 주문의 경우 지역 현수막 제작 업체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단지, 현수막 두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고 했지만 내년 특히, 총선 특수에 대해서는 전망이 달랐다.

전단지 업계의 김 대표는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의 정보가 담긴 전단지와 명함의 주문이 쏟아진다”면서도 “전단지와 마찬가지로 인쇄는 대구에서 해 알맹이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수막 업계의 허 실장은 “후보들의 공약사항이나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은 색감이나 인쇄 상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확인해야 한다”며 “당장 확인할 수 없고 받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인터넷 주문보다는 지역 현수막 업체를 통해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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