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자리 대물림 안 된다
대기업 일자리 대물림 안 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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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이른바 ‘고용세습’ 문제가 갈수록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이 행태는 노사 간 단체협약에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규정을 둔 것으로 고용 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다.

음서제(蔭敍制)는 신라 때부터 국가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손을 서용하던 사례에서 처음 보인다. 이것이 제도로서 확립된 것은 고려 성종 때부터로 과거 시험에 의하지 않고 상류층 자손을 특별히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혈통을 중시하는 신분제 사회에서 상류층을 형성한 사람들이 지위를 자손대대로 계승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직을 세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특별채용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노조는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 노사협상 과정에서 고용세습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관철시키는가 하면 사측도 이를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노사모두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도록 한 현대·기아자동차의 노사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이정호 부장판사)는 현대차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A씨의 유족이 단협에 따라 자녀채용 의무를 이행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단체협약은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으로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부르고 사실상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회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20~30대 청년의 기회의 불공정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례없이 커진 상황에서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전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노동조합이 있는 매출액 상위 30개 대기업의 단체협약에 우선채용 규정이 있는 사업장이 11곳(36.7%)에 달해 3곳 중 1곳 이상에서 고용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고용세습 규정’이 있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등을 비롯해 LG화학, 한국GM, 대우조선해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LG유플러스, 기아자동차, GS칼텍스 등 대기업들 상당수가 포함된다.

대체로 이들 회사는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또는 장애인)의 경우 직계가족의 채용을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규약이다. 아직도 노조는 이를 이해하려 하기는커녕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며 단체협상 때마다 이를 관철 시키고 있다.

회사도 사실상 이러한 조항에 대해 정도가 아님을 알지만 묵인하며 협상을 매듭짓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선특별채용 규정은 기본적으로 공정 노동시장을 거스르는 것으로 노사가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는 상황이어서 노력에 의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공정 경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기업 노사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기적인 협약 체결보다는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단체협약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모두에게 공정한 취업문호 개방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단협으로 이 나라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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