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부른 民-民 충돌 왜?
■비상사태 부른 民-民 충돌 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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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수호” 태국식 민주주의 갈등

현 탁신계 정권 부패 심하고 공화정으로 장기집권 노려

반대 PAD, ‘살아있는 부처’ 국왕 추종 불국정토 이상향

태국 수도 방콕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직접적 계기는 친-반정부 시위대의 충돌이지만 그 기저를 들여다 보면 계층간에 심화된 양극화 현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국 사회는 탁신 치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찬-반 두 세력으로 극명하게 갈려 있는데 이들 세력은 국민에게 어느 한쪽 편에 들 것을 강권하고 있다.

탁신의 반대세력은 수도인 방콕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과 왕정주의자 등이며 군부 내에서도 다수의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탁신 지지세력으로는 사막 순다라벳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와 농민, 도시의 빈민층 등이다.

지역별로는 반(反) 탁신 세력이 방콕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방, 친(親) 탁신 세력은 그의 고향인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북동부와 북부지방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같은 사회의 양극화가 민주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경제에 타격을 주며 정치 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으로 보고 이를 극히 우려하고 있다.

탁신 반대세력의 중심에는 현 정국에서 ‘태풍의 눈’ 역할을 하는 국민민주주의연대(PAD)가 자리하고 있다.

PAD는 사막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를 탁신의 꼭두각시로 보고 전면 퇴진을 요구하며 2일 현재 101일째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PAD가 이끄는 시위대는 지난달 26일부터 방콕 중심가의 정부청사를 8일째 점거해 거의 무정부 상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급기야 2일 새벽 친-반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했다. 특히 부상자 중 3명은 총상으로 밝혀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PAD가 끈질긴 거리시위와 함께 공공청사 점거농성까지 벌이며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추종세력에 강한 적의(敵意)를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PAD는 탁신과 측근들이 입헌군주제를 공화정으로 바꾸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으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80) 국왕과 입헌군주제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에 대한 충성의 의미로 PAD가 이끄는 시위대는 항상 노란 옷을 입는다. 노란색은 왕실을 뜻하는 색깔이다. PAD는 또한 1인 1표제의 서구식 민주주의는 자국에 걸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1인 1표제로 농촌사회에 표가 많아 유권자 매수 행위가 성행해 오히려 민주주의를 해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로 PAD는 하원의원의 70%는 임명직으로, 나머지 30%는 선출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사막 총리는 최근 의회 발언을 통해 “PAD는 70-30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면서 “나는 어떻게 일부 의원들이 이 주장에 동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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