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와 일본 따라가는 한국경제
한중일 정상회의와 일본 따라가는 한국경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1.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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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회의가 엊그제 서울에서 3년 반 만에 재개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3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먼저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협력 방안 전반을 놓고 폭넓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리커창 총리의 방한으로 중국의 핵심 지도자 세 사람이 모두 우리나라를 찾게 되면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한층 성숙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린 것은 3년 6개월 만이다. 북핵 등 한반도 정세 외에도 과거사와 남중국해 문제 등 휘발성 높은 외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때문에 정상들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3국의 협력 의지를 어느 정도 수위로 담아낼 지가 국민들의 관심이었다.
 
어제는 양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등 민감한 현안들이 즐비했다. 특히 정상회담 전부터 회담 시간과 의제, 의전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간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회담 결과에 관심이 높았다.
 
지난 9월 이후 한·중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마지막 퍼즐이었던 한·일 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가 동북아 외교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이 정상적으로 복원되고 이에 따라 3국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사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한·일 정상회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분야에서는 한국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을 그대로 답습하는 ‘일본화’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판박이가 되어가는 것을 부인(否認)하고 싶지만 절벽시대의 자영업자 붕괴 등에서 한국경제의 민낯을 볼 수 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한국경제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와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내수 부진, 물가상승세 및 성장세 둔화 등 주요 경제상황이 1990년대 초·중반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일본은 1980년대에만 해도 연평균 4%대의 빠른 성장을 보이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해 미국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버블 붕괴 이후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져 1990년대에는 1.1%에 머물렀고, 2000년 이후에는 0.7%로 주저앉았다.
 
현재의 한국 경제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한국은 1980년대 3저 호황에 이어 1990년대에도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를 겪기 이전까지 7%대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엔 성장률이 3%대로 낮아졌고, 지금은 3%도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이 일본의 장기불황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무엇보다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인구구조의 유사성에서 발견된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10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면서 경제 활력 저하와 함께 성장 둔화가 가속화됐다.
 
한국에서는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2030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절반 이상이 준비 안 된 은퇴를 맞으면서 소비심리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극심한 내수 침체와 소비자물가 하락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한국은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와 금리인하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사상최대인 1천100조원으로 늘어나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내수부진→불황형 경상흑자→원화절상→수출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며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이 지난 50년간 일본의 성장전략을 모방하면서 빠른 성장을 달성했지만 이제는 일본의 과거 실패사례를 교훈삼아 일본 추격성장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마련해야만 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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