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를 위한 교과서문제의 핵심 이해(3)
학부모를 위한 교과서문제의 핵심 이해(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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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내용분석’에서 객관성만을 주장하며, 어떤 내용의 활자 크기와 밑줄 치기, 특정 낱말의 빈도수, 사진의 크기, 페이지 수 등을 계량화하여 비교하는 것은 집필자와 검토자의 꼼수에 빠져 오도(誤導)될 가능성이 많다. 단순 참고 자료로 활용될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진 단원의 맥락(예, 크게 해방 정국)에서 부분(김원봉의 월북 사건)을 살펴보는 것이다. 맥락(脈絡, context: 영어의 풀이로, 옷감이 서로 짜여 있는 상태)을 무시하는 행동이 낱말꼬리 물기, 숲을 보지 않고 나무 한 그루만을 조사하는 것이다. 특히, 신문의 내용분석에서 언론이 심하게 통제될 때, 정치면도 아닌 사회면 귀퉁이의 엄지 손가락만한 소식전하기에 누가 누구와 어디에서 2시간동안 점심을 같이 했다는 기사는 당시 사회적 맥락을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이다. 그러나 대다수 독자에게는 현실 불만에 온갖 상상(想像)이 첨가되어 1면 톱기사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내용분석은 통계분석이 적용되지 않는 질적 분석으로서 전문가들의 선비적 양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법을 전공한 문재인 변호사가 여론조사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질적 분석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국사교육 자체의 체제 혁신이다. 일기예보도 세계 각지의 날씨를 포함하여 매일 알려주고 있는데 역사교육을 꼭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쉽게는 서양 역사와 철저하리만치 분리하여 공부할 이유가 있는가? 유명한 삼국지연의(나관중)를 읽으며 조조가 활동하던 시대에 우리나라는 어느 시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조시키면 현대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어느 정도 비추어 판단할 수 있다. 그들도 분명히 인류인데, 아마존강가의 원주민들은 지금도 바퀴 비슷한 것조차 만들어 쓰지 않고 있다. 이들의 자연환경이 수레바퀴가 필요 없도록 되어 있어서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진화이론은, 왜 그들이 지금도 석기시대 생활을 하고 있는지 해석해주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조선시대 거중기(擧重機,일종의 도르래를 발명하여 바퀴원리의 최첨단을 가고 있었음을 콕 지적해주는, 국사교육이 아닌 ‘세계역사교육’을 하는 것이다. 조조가 종횡무진할 때의 중국의 삼국 시대는 대략 서기 200 년경으로 우리나라 삼국시대 신라·백제·고구려보다 300년가량 앞섰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 서기 1700년대 후반, 우리는 어느 임금의 시대였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조선의 영조, 정조 임금시대였다.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난리를 겪고 있을 때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세계사 공부라고 할 만큼의 혁신이 이루어지면 ‘좌편향 어쩌고, 친일·독재 저쩌고가 필요 없어진다.’ 교사양성은 10년을 두고 차근차근 할 일이다.

셋째는 교과서와 교사, 모두 교육을 행하는데 필요한 매체자료(媒體資料)이다. 한지(韓紙)에 필사본으로 된 심청전과 효도를 가르치고 있는 훈장, 모두 교육하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매체이다. TV, 참고서, 여러 가지 학습 체험장, 실습실은 특성을 달리하는 매체이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약 200개의 필수적 부속을 다루는 수리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매체수리 전문가이다. 그런데 사람이 고장 날 가능성이 있으면 교육매체를 다룰 교육전문가, 수 십 억 개의 부속을 갖고 있는 사람을 다루는 전문가가 나서지 않고 정치꾼들이 설친다. 박정희 대통령은 교육전문가를 인정해주었다. 유명대학 필기시험에 입학하고, 경증소아마비로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된 민원이 청와대에 접수되었을 때, 교육전문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하며 소관부서에서 결정하도록 하였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여론의 눈치를 볼만큼 황우여 부총리가 교육에 관한 전문성이 없으면 하회탈 웃음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교육의 원칙(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교육내용 원칙)에 맞추어 심판관으로서의 국정교과서를 추진해야 하다.

<박해룡 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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