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담아라 - 울산 북구로 떠나는 여행
가을을 담아라 - 울산 북구로 떠나는 여행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5.10.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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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지질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시드니 스미스(Sydney Smith·1769~1839)는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거리에 나가 울긋불긋 핀 단풍잎을 보니 어느덧 가을의 절정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혹자는 가을을 '외로움'이나 '쓸쓸함'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시드니 스미스의 말처럼 독서라는 좋은 친구를 맞기에 최적의 계절이기도 하다.

독서라는 좋은 친구 옆에는 '사색'이라는 단짝이 붙어있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적 사치인 사색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있는 것이지만 좋은 길이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더욱 풍성해진다.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기다 어느 꽃밭에 앉아 눈을 감고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이 세상 누구보다 값비싼 사치를 즐긴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이 김유정의 소설이나 천상병의 아름다운 시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지만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에 이같은 곳이 있다.

가을도 슬슬 떠날 채비를 하는 10월의 마지막 날, 책과 사랑길, 국화향이 함께하는 가을의 북구를 소개한다.

◇10월 마지막 날은 'book구'의 책 잔치로

민선 5대 박천동 구청장 체제의 북구는 최근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도시 그림그리기에 분주하다. 경제학 박사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박 청장은 취임 당시부터 조선, 화학, 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이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강조하면서 관광과 문화를 기반으로 미래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강동권을 중심으로 한 해양관광을 개발하는 동시에 문화 부분에서 북구가 유독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독서'다.
'책 읽기 좋은도시 북구'를 추진하고 있는 북구청은 도서관과 구민이 책으로 소통하고 책과 사람이 어우러지는'울산 북구 책잔치'를 31일 개최한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북구 책잔치는 '책 보따리 풀면, 행복 보따리'라는 주제로 마련된다. 북구는 이번 행사를 주민참여형 축제로 치르는 동시에 책과 관련한 정보 공유 및 지식형성을 위한 네트워크형 축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날 지역의 공공도서관과 사립 작은도서관, 책과 관련된 28개 기관·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각 도서관의 활동을 소개하고 도서판매, 체험행사, 공연 등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식전행사로 도서관에서 배운 농소1동도서관 어르신들의 동화구연 '다 함께 놀자', 햇살작은도서관 어린이들의 '동요 네잎클로버·가요 까탈레나' 공연도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다른 여느 축제행사와는 달리 행사성격에 맞도록 내빈 기념사, 축사를 생략하고 내빈들이 지난 추억에 남아 있는 '시 한편·소설 한 구절'을 낭독하면서 지적수준을 뽐낼 계획이다.

올해 북구의 책으로 선정된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 독서릴레이 후기 및 독후감도 만나볼 수 있다. 우수작품 11명과 구립도서관 다독자 6명, 그리고 작은도서관 운영 공로자 1명에 대한 시상식도 계획하고 있다.

북콘서트에서는 '투명인간'을 주제로 하는 무용 및 낭송, 가면극, 북토크, 독후활동 발표, 마술, 음악 공연 등이 진행된다.

책 자판기, 마당을 나온 도서관, 추억의 교실, 보물찾기, 도서벼룩시장 등 38개 부스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준다.

◇강동사랑길 걷고 국화향에 취해보자

북구 강동사랑길은 가을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울산의 대표 둘레길이다. 기다림에 익숙한 정자등대와 정자항은 정처없는 가을객(客)과 잘 어울리고 정자해변의 바닷바람은 응신랑과 수로낭의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전해준다.

북구 책 잔치 다음날인 11월 1일 북구청은 '함께 손잡고 강동사랑길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정자항 남방파제를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걷기대회는 옥녀봉 → 까치전망대 → 옹녀길·강쇠길 → 제전항 → 판지항을 거쳐 다시 정자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된다.

1천여명의 참가자들에게는 지역특산물(멸치액젓)과 생수가 지급된다. 바다에 띄운 물신이 인연을 맺게 해준 '판지항', 부부 못지 않게 소와 연을 맺었던 망이 이야기가 담긴 '우가항' 등 스토리가 있는 강동사랑길을 걷는다면 좋은 힐링이 될 것이다.

강동사랑길을 걷고 북구청에 들르면 아름다운 국화밭을 만날 수 있다.
북구는 제12회 국화전시회를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북구청 광장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국화전시회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국화 1만6천송이가 구청 광장을 수놓을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북구청 직원들이 1년 동안 손수 키운 다양한 형태의 국화를 만나볼 수 있다.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국화로 꾸며져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부대행사로는 오는 31일에는 제2회 책 잔치, 내달 14일에는 클린환경 나눔장터 등이 국화꽃이 만발한 가운데 열린다.

박천동 북구청장은 "6개 구립도서관과 32개 작은도서관이 모두 참여하는 책 잔치는 딱딱한 콘크리트 대신 야외에서 펼쳐지는 도서관이다. 올해는 책 잔치에 걸맞게 책, 독서관련 프로그램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국화전시회 또한 북구청 광장은 프랑스 아비뇽 광장이 부럽지 않을 만큼 광장문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광장문화를 통해 어떻게 시민들이 모여들게 하고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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