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유적과 유물’ 간행(刊行)
‘울산의 유적과 유물’ 간행(刊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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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편집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날 들어온 보도자료 일부에 ‘울산시, 울산의 유적과 유물 발간’이라고 돼 있었다. 적당한 크기의 간단한 책자 하나가 나왔겠거니 생각했다. 얼마 후 울산광역시청 문화예술과를 찾은 것은 비가 추적거리던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촌부(村夫)같은 유순함이 배어 있는 과장(課長)을 만나 용도(用途)를 얘기하고 그 책을 건네받아 훑어 봤다. 갈피를 대충 넘기는 순간 ‘그들의 노고(勞苦)’가 와 닿았고 책의 가치에 순간 압도됐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동안 취재를 통해 갖가지 자료를 접해 봤지만 이번 서적의 무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작용했다. 우선 그 책의 섬세함과 구석마다 저며 있는 저술자(著述者)들의 정성이 깊은 감명을 줬다. 신석기 시대를 거쳐 청동기, 삼국시대,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자료수집 및 편찬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에게 의뢰도 했겠고 기존의 유물, 유적 사진도 사용했으리라.

그러나 그 또한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서적이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4백 쪽을 넘는 책자 속에 고스란히 모아 진 울산의 문화유물은 고려, 조선조를 거치고 불교문화와 제철(製鐵)과정까지 연결돼 있을 정도다. 울산 문화유산의 ‘족보’를 처음 만든 셈이다.

울산 거주인이 ‘울산인’임을 자부케 하는 방법은 경제적 풍요, 인간적 유대, 기회균등 등도 있겠지만 지역의 문화유산을 통한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도 그 하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예술과가 기획, 편찬해 낸 ‘발굴로 드러난 울산의 역사’는 ‘울산사랑’의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울산을 떠나 객지를 떠도는 유물까지 합하면 약 2만여 점이 가상 ‘울산 박물관’에 전시돼 있어야 한단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울산 박물관이 건립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럴 경우 경주박물관, 창원, 김해에 분산 수용돼 있는 울산의 문화유산은 유야무야 그들 것으로 묻혀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선 책자부터 만들어 학습, 홍보, 보관용으로 쓰겠다”는 기획팀의 판단은 옳았다. 이번 책자로 인해 향후 울산 박물관이 건립됐을 때 ‘유물의 울산귀속’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로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수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몇 개월 전 군산시청 공무원이 울산을 수차례 방문해 현대 중공업 군산블록공장을 유치하자 전국의 공무원 모범사례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들이 대통령으로 부터까지 치하를 받았던 이유는 ‘공장을 유치한 것’ 때문이 아니다. 지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복지부동의 자세로 주어진 일과만 무사히 넘기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나서는 봉사정신’에 대해 훈장을 주고 표창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번 ‘울산의 유적과 유물’을 총괄, 기획, 진행한 사람들은 표창 한번 받는 일 없이 일회성으로 잊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지역에 대한 애착심, 그리고 책자가 나오기까지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몇 천억 짜리 공장유치 못지않게 고귀한 것이다.

간행사 머리글에서 박맹우 시장은 “이 한권에 울산의 모든 유적 유물을 포함할 순 없겠지만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지금 울산광역시청 문화예술과의 ‘울산사랑’ 시도는 관점에 따라 보잘 것 없는 사소한 일 일수도 있다. 반면에 확실한 것도 있다. 그들이 심기 시작한 이 조그만 밀알은 조만간 ‘울산박물관’에 전시돼 울산인들에게 자손대대로 자긍심을 남겨줄 것만은 틀림없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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