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와의 대화
택시 드라이버와의 대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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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택시 드라이버’는 헐리웃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조디 포스터’가 콤비를 이뤄 더 유명해진,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어느 퇴역 군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Taxi Driver’가 아니다. 운동권 출신으로 한동안 망명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택시를 몰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의 이야기도 아니다. 2015년 10월 이 시점에 울산에서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잇거나 ‘용돈벌이’라도 하는 평범한 직업인들의 이야기다.

“요새 젊은 택시기사, 어디 보이기나 합디까? 코빼기도 안 보일 겁니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개인택시 운전사 A씨가 다소 흥분한 어조로 말문을 연다. 하긴 사실이 그렇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열에 아홉은 60∼70대 고령 운전사와 마주친다. 어쩌다 50대 이하 장년층이나 아줌마 운전자라도 만나는 날은 꽤나 재수 좋은(?) 날에 속한다.

“60대 후반이 제일 많을 겁니다. 왠지 아십니까?” 이야기인즉슨, 택시 운전대만 잡아서는 ‘생계유지’란 말을 입 밖에 꺼낼 수조차 없기 때문이라 했다. 청·장년층이 택시업계를 등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이야기였다. “회사택시야 제 싫으면 그만두면 되지만 개인택시는 어디 그렇습니까?” 이번엔 개인택시 운전사들의 한 달 수입 이야기기다.

“핸들을 10년 넘게 잡은 베테랑 같으면 ‘지금 이 시간대에 어디로 가면 손님이 많겠다’는 노하우라도 가지고 있어서 수입이 그런 대로 나은 편입니다. 한 달 20일 뛴다고 가정할 때 한 150만원 수입은 될 겁니다. 그런데 그걸 다 가져갈 수야 없지요. 가스 값 대야지, 세금 내야지…. 차(車) 떼고 포(砲) 떼고 나면 한 120만원 남는데, 이것 갖고 집인 식구들 제대로 먹여 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가족부양 책임이 큰 더 젊은 층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택시업계를 떠난다는 지론이었다. “회사 택시 모는 양반들, 밖에서 한두 끼니 때우고 담배 한 갑이라도 사다 피우면 손에 한 푼 안 남는다고 안 합니까? 요새는 가스 값이라도 조금 내려서 숨이 덜 차는 편이지만….”

버스업계와 현저히 차이가 나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푸념 속엔 가시가 박혀 있다. “버스는 대중교통이다 뭐다 해서 시에서 손실액의 70%를 보전해 준다던데, 우리 택시야 어디 씨알이라도 먹히는 이야깁니까? 정부도 버린 자식처럼 철저히 외면이나 하고….”

A씨는 개인택시 운전사라도 생계형과 용돈벌이형의 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이나 공직에 있다가 정년 맞은 분들이야 배짱 하나는 편한 셈이지요. 빈둥빈둥 노느니 운전대라도 잡고 있으면 소일거리도 되고 용돈벌이도 되고…. 하지만 그 나이에 집안 식구들 입에 풀칠이라도 시키겠다고 아등바등 매달리는 양반들이야, 이거 죽을 맛 아니겠습니까?”

나이 든 택시운전사들의 불친절에도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시도한다. 조합에서, 회사에서 친절교육 받으라고 아무리 핏발을 올려봐야 한 쪽 귀로 흘려듣기가 대부분이라고 잘라 말한다.

“안 그렇겠습니까? 최상의 친절교육 다하는 그만큼 종업원 대우도 참 잘해준다는 일본의 MK택시도 아니고. 사기 올려줄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으면 나이 많은 양반들의 불친절은 상당히 오래 갈 겁니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감차(減車) 정책 이야기도 나왔다. “시에서 증차하라고 야단법석 떨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보상은 쥐꼬리만큼 해주면서 무조건 ‘차 빼라’고 으름장 놓고 있으니 이거 기 찰 노릇 아니고 무엇입니까?” 60대 후반의 택시 드라이버 A씨의 결론적 주장은 대한민국, 그리고 울산시에 온전한 택시 정책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이었다.

<박선열편집국 / 정치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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