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택시기사, 어디 보이기나 합디까? 코빼기도 안 보일 겁니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개인택시 운전사 A씨가 다소 흥분한 어조로 말문을 연다. 하긴 사실이 그렇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열에 아홉은 60∼70대 고령 운전사와 마주친다. 어쩌다 50대 이하 장년층이나 아줌마 운전자라도 만나는 날은 꽤나 재수 좋은(?) 날에 속한다.
“60대 후반이 제일 많을 겁니다. 왠지 아십니까?” 이야기인즉슨, 택시 운전대만 잡아서는 ‘생계유지’란 말을 입 밖에 꺼낼 수조차 없기 때문이라 했다. 청·장년층이 택시업계를 등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이야기였다. “회사택시야 제 싫으면 그만두면 되지만 개인택시는 어디 그렇습니까?” 이번엔 개인택시 운전사들의 한 달 수입 이야기기다.
“핸들을 10년 넘게 잡은 베테랑 같으면 ‘지금 이 시간대에 어디로 가면 손님이 많겠다’는 노하우라도 가지고 있어서 수입이 그런 대로 나은 편입니다. 한 달 20일 뛴다고 가정할 때 한 150만원 수입은 될 겁니다. 그런데 그걸 다 가져갈 수야 없지요. 가스 값 대야지, 세금 내야지…. 차(車) 떼고 포(砲) 떼고 나면 한 120만원 남는데, 이것 갖고 집인 식구들 제대로 먹여 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가족부양 책임이 큰 더 젊은 층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택시업계를 떠난다는 지론이었다. “회사 택시 모는 양반들, 밖에서 한두 끼니 때우고 담배 한 갑이라도 사다 피우면 손에 한 푼 안 남는다고 안 합니까? 요새는 가스 값이라도 조금 내려서 숨이 덜 차는 편이지만….”
버스업계와 현저히 차이가 나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푸념 속엔 가시가 박혀 있다. “버스는 대중교통이다 뭐다 해서 시에서 손실액의 70%를 보전해 준다던데, 우리 택시야 어디 씨알이라도 먹히는 이야깁니까? 정부도 버린 자식처럼 철저히 외면이나 하고….”
A씨는 개인택시 운전사라도 생계형과 용돈벌이형의 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이나 공직에 있다가 정년 맞은 분들이야 배짱 하나는 편한 셈이지요. 빈둥빈둥 노느니 운전대라도 잡고 있으면 소일거리도 되고 용돈벌이도 되고…. 하지만 그 나이에 집안 식구들 입에 풀칠이라도 시키겠다고 아등바등 매달리는 양반들이야, 이거 죽을 맛 아니겠습니까?”
나이 든 택시운전사들의 불친절에도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시도한다. 조합에서, 회사에서 친절교육 받으라고 아무리 핏발을 올려봐야 한 쪽 귀로 흘려듣기가 대부분이라고 잘라 말한다.
“안 그렇겠습니까? 최상의 친절교육 다하는 그만큼 종업원 대우도 참 잘해준다는 일본의 MK택시도 아니고. 사기 올려줄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으면 나이 많은 양반들의 불친절은 상당히 오래 갈 겁니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감차(減車) 정책 이야기도 나왔다. “시에서 증차하라고 야단법석 떨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보상은 쥐꼬리만큼 해주면서 무조건 ‘차 빼라’고 으름장 놓고 있으니 이거 기 찰 노릇 아니고 무엇입니까?” 60대 후반의 택시 드라이버 A씨의 결론적 주장은 대한민국, 그리고 울산시에 온전한 택시 정책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이었다.
<박선열편집국 / 정치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