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민생국회로 돌아가라
이제는 민생국회로 돌아가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2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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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은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하고 국정화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데 왜 여야가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교육현장은 위기라는 말을 사용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역사 교육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해당 기관인 교육부는 잠잠하고 정치권이 죽기 살기로 교과서 논쟁을 벌이는걸 보면 국회도 역사교육에 많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도 희망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면 필자의 착각이겠지.

교과서만 바꾸면 뭐하느냐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은 왜 일까.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교과서를 아무리 잘 만들면 뭐하나 어차피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교실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똑같아질 것이다.

역사를 통해 사관(史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역사를 이해하고 깨우치기보다는 단순히 영어단어 외우듯이 지식을 무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시험을 통해 점수를 높이는 과정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 뻔하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자기들 밥그릇 싸움을 위해 검정과 국정을 두고 이들에게 과연 진정한 역사의식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은 현재 한국사 교과서에는 북한의 토지개혁의 과정이 생략된 채 ‘무상몰수 무상분배’만 강조되고 있다며 아직 역사적 판단능력이 불분명한 학생들에게 편향적인 내용이 정설로 가르쳐지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또 국정화를 실시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후진국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는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1970년대 유신 때 국정교과서와 다르지 않다며 국정 교과서를 추진한다는 것은 극우집단으로 가는 문턱을 넘어서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다 보수성향의 시민·관변단체들은 국정교과서에 찬성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국정교과서 결사반대로 편을 갈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를 보면 이는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잡자는 역사전쟁이 아니라 정치투쟁이다.

경기불황에 청년실업에 난제는 첩첩산중인데 패거리 역사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는 국민들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과서의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수정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시대착오라는 생각이 될 정도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역사학계의 역량을 집중해 제대로 개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물론 역사학자들도 좌우 성향이 뚜렷한 만큼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조절해 가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어도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는 더 이상 역사교과서 문제가 최대 현안인 것처럼 이슈화하지 말고 국회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정쟁의 공간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국민대표 기관이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국회의 책무이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의 졸속국감이었다는 비난을 만회하기 위해 올바른 예산심사를 해야 한다.

이제 역사교과서문제는 학자들에게 넘기고 국민 현안을 챙기는 민생국회로 돌아가길 바란다. 19대 국회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올바른 예산심사와 산적한 법률안을 의결해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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