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백수와 전문대학 재입학
벌거숭이 백수와 전문대학 재입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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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위해 1인당 평균 5.2개의 스펙을 준비하고 있다. 상경계열은 5.5가지, 자연ㆍ이공계열은 5.3가지, 인문·사회계열은 4.9가지를 준비한다. 취업을 위한 스펙의 1순위는 토익이며, 학점, 자격증 등을 주로 준비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 여파로 또 다른 사회문제가 대두(擡頭)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벌거숭이 백수 신세를 면하려는 취준생들이 전문대학에 다시 진학하는 이른바 유턴 재입학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춘해보건대는 최근 마감한 수시 1차 대졸자 전형에서 89명 모집에 212명이 지원해 2.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울산과학대도 이번 수시모집에 54명이 지원하는 등 해마다 50명 이상이 유턴 입학에 도전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들어가는 ‘유턴 입학생’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4년제 대학 졸업생 중 전문대에 재입학한 학생은 5천17명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대와 전문대를 졸업하는 데 쓰인 졸업비용만 해도 최근 4년 동안 3천800억 원이 넘었다.

일반대보다 전문대 취업률 격차가 2012년 5.3%에서 지난해 8.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전문대 유턴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1천102명이었던 유턴 입학생은 2013년 1천253명, 지난해 1천283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천379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에 비해 올해 유턴 입학생이 25%(277명)가 늘어난 셈이다.

4년간 유턴 입학생 중에는 3년제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이 2천170명으로 가장 많고 2년제 전문대는 1천619명, 4년제 전문대는 1천228명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4년제 전문대의 유턴 입학생은 2012년 213명에서 올해 406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신조어로 등장한 문과 출신들의 ‘문송 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한 맺힌 요지경 속어를 보면서 인생 선배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유턴 입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간호학과로 지난 4년간 1천809명이 입학해 전체의 36.1%를 차지했다. 이어 물리치료과 362명, 유아교육과 283명 순으로 많았다.

또 유턴 입학생 5천17명이 4년제 대학에서 학비, 생활비 등으로 2천288억원을 부담했고 전문대에서 2?4년 동안 1천569억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모두를 졸업하는 데 소요된 비용이 모두 3천857억원이나 됐다.

이러한 유턴 전문대 재입학 추세는 20~30대 청년 취업자들의 학력은 개선됐지만 이들이 갈만한 중위임금(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체 임금근로자 소득의 중간 값) 수준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것에서 이유를 찾고 싶다. 평균급여의 67%~133%를 받는 이른바 ‘중간일자리’가 20~30대 위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20대 중간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지난 7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중간일자리 변화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간일자리 규모는 744만5천개로 10년 전보다 25.3%(150만1천개)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특히 20대 중간일자리 비중은 10년 전보다 11.1%p, 30대는 1.5%p 각각 하락했다. 반면 40~60대 연령층의 중간일자리 규모는 같은 기간 각각 38.5%, 116.5%, 127.9% 증가했다. 중간일자리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진 셈이다. 이는 대학 졸업자 수가 늘면서 중간일자리 고학력화 추세와 함께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으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전문대 입학이 매년 증가하는 등 막대한 기회비용(機會費用)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책임이다. 이제라도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근본적이고 실속 있는 청년취업난 해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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