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니노 교수와 마두희
다시 만난 니노 교수와 마두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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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라는 애칭이 더 정겨운 이탈리아 사람 ‘안토니노 탈리아레니’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1월 중순. 강혜순 시의원의 소개로 의장실을 찾은 그는 박순환 의장과 밀라노-울산시의 문화예술 교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니노 교수와의 만남(인터뷰)은 그 뒤로도 서너 번은 더 있었다.

가장 최근의 재회가 이뤄진 것은 중구의 ‘마두희(馬頭戱) 축제’ 이틀째인 지난 17일 오후 중앙시장 근처에서였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누군가가 ‘이탈리아 시장’이라고 단정 짓듯 말한 탓이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코를 쏙 빼닮은 그는 니노 교수가 분명했다. 한참 뒤 시계탑사거리의 북새통 속에서 만난 강혜순 의원이 그의 존재를 제대로 확인시켜 주었다. 처음 만난 지 4년 반이 더 지난 지금 그의 소속은 ‘시립 밀라노 음악원’에서 ‘국립 밀라노 음대’로 바뀌어 있었고, 강 의원의 직함도 ‘시의원’에서 ‘중구의회 부의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국의 온돌문화에 애정을 지닌 니노 교수는 이날 300년 역사를 간직한 중구의 전통연희 ‘마두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의 곁을 이탈리아 여인 2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키가 큰 이는 베르가노시의회의 마르치아 마르케지 의장, 키가 작은 이는 베르가노시 관광협회의 관계자라 했다.

베르가모시라면 밀라노 북동쪽 50km에 있는 인구 16만 명의 자그마한 도시다. 하지만 이름난 오페라 작곡가 도니제티의 고향이다. 그 덕에 국제피아노페스티벌, 도니제티페스티벌, 국제재즈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본받을 게 참 많은 문화관광 도시다. 지난 3월 울산 중구와 ‘국제 우호협력 의향서’를 주고받았다.

어둑해질 무렵 마두희의 진행을 하늘에 고하는 천고(天告)의식이 시작된다. 집사인 박문태 중구문화원 부원장(전 중구의회 부의장)이 축문(告天文)을 대신 읽어내려 간다. “유∼세차(維歲次)∼, 단군기원 사천삼백사십팔 년 을미 구월 초닷새 병인 유시, 울산광역시 중구청장 박성민은 24만 구민과 함께 천지신명님께 청하옵니다. 오늘, 새로이 단장한 시계탑사거리에서 열리는 울산 마두희 축제는 300년 전통을 가진 문화유산인데 경술국치 후 중단된 문화행사로서 다시 복원을 하여 부활하였습니다.”

박 부원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는 시계탑사거리 너머 태화강에까지 울려 퍼진다. “작년 끊어진 큰 줄, 새로이 튼튼하게 이었습니다. 어영차! 숫줄인 동군의 줄을 당기니 동해로 빠진 무룡산 말머리(馬頭)를 당겨내어 중구 백성의 안녕과 복됨의 정기를 넣어 주시고…, 어영차! 암줄인 서군의 줄을 당기니 함월산 정기 받아 풍년 들고 혁신도시도 풍요롭다. 어영차, 어영차! 당긴 줄이 끊어지면 안녕과 풍년이 모두 다 온다 하네. 영차, 영차! 줄 당기니 중구민 화합하여 원도심 살려내고 지상낙토 완성하리라.… 맑은 술과 과포를 정성껏 마련하여 올리오니 많이 흠향(歆饗)하옵시고 중구민에게 좋은 일만 있게 하여 주옵소서.” 예복을 갖춰 입은 초헌관(박성민 중구청장), 아헌관(정갑윤 국회부의장), 종헌관(김 관 중구문화원장)이 차례로 천고의 예를 올린다. 맑은 술과 과포는 몰려든 구경꾼들에게 아낌없이 나눈다.

마두희 구경은 ‘줄이 끊어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박성민 청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마두희 2일차’ 소식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 중구는 보도자료에서 사흘 동안 35만 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베르가모시의회의 마르케지 의장은 마두희의 규모와 인파에 놀랐고, 관광상품으로서 경쟁력이 있어 보이며,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단지, 열리는 장소와 왜색 짙은 이름과 구령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유선순씨는 댓글에서 ‘마두희 축제’를 ‘종갓집 마두희 놀이 한마당’으로 바꾸기를 원했고, 어떤 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어이샤’를 우리말 ‘영차’나 ‘어영차’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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