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칼럼] 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의 밝은 눈, 소의 우직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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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9.0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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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잉태되어 왔다

최근의 금융시장을 보면 트리플 약세(주가·원화·채권)가 9월 대란설과 맞물려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거기에다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째 동반 연속하락하는 기록을 보여주고 있어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엄습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마저 일관성이 떨어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의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9월 대란설의 실체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진다. 이에 대한 대답은 대략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최근 세간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는 환율시장의 불안이다. 작년 말 달러당 900원을 붕괴시켰던 환율이 최근 들어 1천100원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원화환율이 이렇게 약세흐름을 보이면서 9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게 된 데는 외국인들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9월에 집중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대략 6조 3천억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자금이 일시에 국내시장을 이탈하게 될 경우 은행의 외국인 채권자금 지급을 위한 달러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것이 환율상승압력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최근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이 증가되면서 특히 주택건설업계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F대출의 만기가 도래하여 이것을 상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대출기관들의 신용불안 문제가 은행채, 회사채 등 신용채권의 전반적인 금리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

셋째는 은행의 예금이 이탈되어 타금융 기관들의 CMA나 주식형 펀드 쪽으로 자금이 흘러가면서 은행의 돈줄이 부족하게 되었다. 은행이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기 위해 은행채 발행이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은행채의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채권금리의 상승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각종 루머나 괴담으로 퍼져 금융 위기설을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았을 때 자금시장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지나친 쏠림현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주식시장에 오래 있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반대방향으로의 추론 내지는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보려는 직업에서 오는 버릇이 생겼다. 확률이 꽤 높았던 경험적 사실은 우리가 예견하였던 위기는 실제로 현실화 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9월 만기 채권에서 외국인들이 일시에 한국시장에서 돈을 뺀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PF대출의 경우 2008년 6월말 현재 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은 47.9조원인데, 이는 총 대출의 4.4%에 불과하고 연체율도 전분기말(0.86%)대비 0.18%p 하락한 0.6%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금리상승은 은행권의 신용문제라기보다는 단순한 수급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당국은 시장이 신뢰할 만한 일관성 있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주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상황에 대해 부화뇌동하는 해석을 경계하며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닐까 싶다. 시장은 항상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잉태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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