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나면 마음의 고향 ‘상아탑’으로 돌아갈 것”
“임기 끝나면 마음의 고향 ‘상아탑’으로 돌아갈 것”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10.0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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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전국기능경기대회 첫날인 5일 오후 울산혁신도시 내 한국산업인력공단 본부를 방문한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한가운데 양복 차림에 안경 쓴 분)이 공단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기권 장관 바로 오른쪽이 박영범 공단 이사장. 이 장관 왼쪽 두 번째는 최성식 공단 상임감사(전 울산강남교육장). 사진제공=산업인력공단

제13대 한국산업인력공단 박영범 이사장(58·사진). 첫 인상은 대학교수가 천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곁가지 직함이 의외로 많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회장, 한국직업방송 대표, 학교법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이사장, 고용노동부 청년취업특별위원회 위원, 국가기술자격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은 현재에도 바로 통하는 직함이다. 지난해 8월까지 약 3년간 역임했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직을 비롯해 그 이전 것까지 합치면 주요 직함은 열 손가락이 더 넘는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직에는 1997년 3월 처음 몸을 담았다. 6년 가까이(2004. 1~2009.12) 교무처장을 지냈지만 지금은 휴직 상태다. 그래도 상아탑은 어머니의 품 같은 마음의 고향. “2017년 8월로 이사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대학 강단에 서야죠.” 단단히 벼르고 있지만 강단 복귀까지는 22개월이 더 남았다.

화려한 이력·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학자

박영범 이사장과의 첫 대면은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회식을 3시간 남짓 앞둔 5일 오후, 혁신도시 내 한국산업인력공단 청사의 7층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1m 79cm라면 동년배 사이에서는 꽤나 큰 장신이다. 그 속에서도 온화한 학자의 풍모가 감지된다. 한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배석한 권오직 홍보부장이 미소로써 ‘인증 샷’을 대신한다.

-조금 전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 대화를 나누었을 터인데, 어떤 말씀을 주시던지?”

“장관께서는 공단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선도적 역할을 해주어 고맙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일학습병행제 등 공단의 핵심사업을 잘 추진해서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를 앞당기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데 모범을 보여 달라고는 당부하셨다. 장관께서는 지금,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근로복지공단에 계실 것이다.” 이날 이기권 장관은 울산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튼 안전보건공단 등 4개 산하 기관을 차례로 방문했다.

1982년에 설립, 33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 국가자격 검정, 외국인 고용 지원, 해외 취업 지원, 숙련기술 장려, 기능경기 개최 등의 업무를 도맡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공단의 비전을 “사람과 일터의 가치를 높여주는 인적자원 개발·평가·활용 지원 중심기관”으로 새롭게 정하고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 방향타를 다잡고 있다. 올해 공단의 전체 예산은 자그마치 1조 2천억원.

이사장 취임 1년… ‘現問卽答 간담회’ 즐겨

박영범 한성대 교수가 산업인력공단 제13대 이사장에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담담하게 술회한다. “전국의 현장을 종횡무진 바쁘게 뛰어다녔죠. 울산 본부는 베이스캠프로 삼았고. 취임 1주년이 되는 8월 12일 전까지 전국 30개 소속기관(지역본부·지사·자격시험센터)과 관할지역의 기업체 현장을 모조리 둘러보았습니다. 공단 이사장 가운데 취임 후 1주년이 되기 전에 전국 소속기관과 현장을 모두 방문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합디다.”

박 이사장의 영일을 잊은 동분서주는 공단이 수행하는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열쇠(key)가 ‘현장’에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책임의식이 강하다. 적지 않은 그의 직함도 그러한 책임의식감과 무관치 않다.

직원들의 귀띔에 의하면 박 이사장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하는 ‘현문즉답(現問卽答)’ 식의 간담회를 즐긴다.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은 ‘현장’이다.

그는 ‘능률’과 ‘실질’을 중시한다. 공단 본부를 울산으로 옮긴 이후 전국 소속기관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지난 3월 이후 이 시스템에 의한 회의나 세미나는 250회가 넘는다. 본부와 소속기관의 직원 사이에 소통도 그만큼 원활해졌다.

외국인근로자 고용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해외 15개 국가의 EPS센터와는 텔레-컨퍼런스 회의로 소통해 나갔다. 직원들의 업무 결재도 대면보고보다 모바일기기를 활용토록 했고 중간관리자나 실무자와는 이메일, 카톡, 문자메시지로 직접 소통했다.

직원60%, 울산이 생활터전… 배려 끊겨 주춤

산업인력공단과 박영범 이사장, 그리고 직원들의 울산 생활이 궁금했다. 궁금증이 실타래처럼 풀리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에 있던 공단이 울산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해 5월이었고, 본부 신청사의 개청식을 가진 것은 한 달 뒤인 6월 11일이었다.

박 이사장이 제13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더 지난 지난해 8월 12일. 그는 이사장 취임과 동시에 울산에서 집무를 시작했고, ‘공단의 새로운 울산시대를 연 첫 이사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공단 가족의 규모, 가족 전체가 울산으로 이사 온 비율, 그리고 ‘가족동반 이사’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을 건네고 답변을 들었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울산의 공단 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94명이다. 가족과 함께 이사 온 비율이 25%, 울산서 주로 생활하는 미혼·독신자가 34% 남짓이다. 공단본부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속기관 사이에 연간 2차례 정기 인사이동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주비율이 낮은 수준은 아니다.” 그의 말을 재해석하면, 가족동반 이주 직원 25%와 미혼·독신자 직원 34%를 합하면 울산을 주된 생활근거지로 삼는 직원은 60%에 가깝다.

직원들이 가족동반 이사를 주저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40대 직원은 자녀가 수도권의 중·고교에 다니기 때문에 ‘교육문제’로 이사하기가 힘들다. 또 배우자의 직장이 수도권에 있어 이사를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대 직원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소한 울산에서 새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가 어려워 이사를 망설인다.

특히 다음 대목은 행정당국이 많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이전(‘14년 5월) 이후로는 아파트 특별공급이 거의 끊긴데다 부근의 아파트 가격도 만만찮게 치솟아 새로 발령받는 직원들은 이사라면 엄두도 못 낼 처지라는 것.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친구·지인들에게 ‘청정도시 울산’ 실컷 자랑

말머리를 박 이사장 개인이 느끼는 울산의 인상 쪽으로 돌렸다. 호의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론 가끔 와 보기도 했지만 ‘산업도시 울산’ 하면 ‘공해’라는 안 좋은 느낌이 먼저 들기 일쑤였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이죠. 물 맑고 공기 깨끗한 ‘청정도시’가 바로 울산이라고 말입니다.”

그의 숙소는 우정동의 ‘E편한’ 아파트다. 태화강까지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다. “울산에 있을 때는 아침마다 한 시간쯤 강변 산책에 나선답니다.” 그는 특히 떼 지어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이 아주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사진들을 자랑삼아 보여준다. 태화강변에서 바라본 울산의 멋진 풍경들이 한 권의 사진첩을 채울 만큼 그득하다. 울산 앞바다의 해돋이 장면, 군락을 이룬 태화들 꽃양귀비 단지도 그 속에 들어있다. 구도를 잡는 솜씨가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다.

“서울 친구나 지인들한테 전송해주면 다들 깜짝 놀라죠. 울산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도시인가 하고 말이죠.” 박 이사장은 어느새 ‘울산 예찬론자’로 변해 있었다. 국민일보 환경전문기자에게 사진들을 보내고 설명해 주었더니 즉시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 다음주 직접 사진기를 들고 울산을에 내려오겠다고 연락하더라는 것. 1박2일 일정으로 영남알프스, 태화강변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한 판짜리 여행기를 써낼 참인 것 같다고도 했다.

울산서 2번째 기능경기… ‘산업용 로봇’ 첫 도입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의 당연직 회장이다. 동시에 5일부터 12일까지 울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의 대회장이기도 하다.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대해 소상하게 안내한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숙련기술자의 사기 진작, 상호이해의 증진, 수준 향상’을 위해 개최되는 전국기능경기대회는 1966년 11월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올해가 50회째다.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전국 특별시, 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에서 번갈아 열리는 것이 원칙이고, 울산에서 열리기는 2000년 제35회 대회에 이어 올해가 2번째다,

그는 기능경기대회 50돌 행사가 대회 슬로건처럼 ‘근대화의 기수에서 창조경제의 리더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에서 을 열리게 된 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공단 본부를 이전한 후 울산에서 처음 열리는 전국단위 행사다. 공단 본부 울산 이전의 의미를 울산 시민과 전국의 숙련기술인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는 용접 등 49직종에 1천928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가 ‘지역맞춤형 취업박람회’라는 점, 울산의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인 3D프린팅기술의 시연회 등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준비했다는 점을 힘주어 말한다. 또 첨단산업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용 로봇’ 직종을 처음 도입한 것은 ‘산업현장을 반영한 기능경기대회’를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박 이사장은 지난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대한 기억도 떠올린다. 메카트로닉스를 비롯해 41개 직종 45명이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단은 이 대회에서 ‘19번째 종합우승’(금 13, 은 7, 동 5)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상파울루 대회에서는 지금까지 메달 획득이 힘들었던 서비스 분야의 피부미용, 헤어디자인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지요. 컴퓨터정보통신, 제빵 직종에서도 첫 금메달을 따내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요.” 그는 ‘19번째 종합우승’의 신화가 정부, 교육기관, 기업체의 합작지원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었다고 강조한다.

울산서 언론계의 한국외대 동문도 만나

서울고교를 졸업한 박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에서 영어학과 경제학을 복수로 전공한 뒤 미국 코넬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울산에서 고교 동창생을 찾기는 아직 힘들고, 대학 동창은 겨우 손꼽을 정도지만 연락이 닿아 식사 자리도 두어 번 가진 적이 있다.

울산에서 만난 대학 동문 중에는 한국일보 목상균 기자를 비롯해 언론계 인사도 몇몇 있다. 하지만 울산에 머무는 날이 일주일에 이틀 정도가 고작이어서 아쉬움이 많다. 고교동문 중에 노익장을 자랑하는 탤런트 이순재, 영화감독 최인호, 고 강재구 소령은 박 이사장에게 아직도 자부심의 표상으로 남아있다.

네 살 아래 부인 김경은 여사(54)와의 사이에 2녀 1남을 두고 있다. 장녀는 외국계 기업의 사내 변호사, 차녀는 분당 서울대병원의 약사로 근무하고, 막내인 아들은 합동참모본부에서 통역장교로 복무 중이다. 온 가족이 기독교 신자인 그는 시간이 나면 부인과 함께 경기도 분당의 '분당우리교회’를 찾는다.

2008년 1월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저서에는 ‘전환기, 한국 노동시장의 길을 묻다’(2009. 7) 외에 여러 권이 있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 사진= 정동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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