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片氷心 在玉壺(일편빙심 재옥호)
一片氷心 在玉壺(일편빙심 재옥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0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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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얼음같이 맑은 한조각 마음 옥항아리 속에 담아둔다’는 뜻으로 중국 당(唐)나라 때 설용약(薛用弱)의 집이기(集異記)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당나라 때 시인 왕창령(王昌齡)은 장안(長安, 지금의 西安) 자양촌(滋陽村) 출신으로 일찍이 관직에 나아갔으나 크게 발탁되지는 못했지만 시작(詩作)에 있어서 특히 칠절(七絶, 七言絶句)은 이백(李白)과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당시 그는 왕지환(王之渙) 고적(高適)등 이름 있는 문사들과 곧잘 어울렸으며 그들 모두는 시문에 능하여 이들의 시는 지어지기 무섭게 악공을 통해 노래가 만들어져 장안 천지에 불리어졌을 정도다.

어느 날 이들 세 사람이 장안의 한 기정(旗亭, 노래하고 술 파는 집)에 모여 서로 회포를 푸는 가운데 모두들 자신의 시를 두고 자랑을 늘어놓고 있던 중이었다. 마침 건넌방에서 기녀 4명이 악공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고, 저 4명의 기녀가 누구의 시로 노래를 제일 많이 부르느냐에 따라 세 사람의 서열을 정하기로 의견을 모아 내기를 했다.

첫번째 기녀는 왕창령의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을 불렀고, 두번째 기녀는 고적의 곡선보양구소부(哭禪父梁九少府)를, 세번째 기녀는 왕창령의 장신추사(長信秋詞)를, 재색이 가장 빼어난 미녀인 네번째 기녀는 왕지환의 양주사(凉州詞)를 불렀다.

결과적으로 왕창령이 일번을 했으나 왕지환은 예쁜 기녀가 자신의 시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제일 기분 좋아했다 한다.

이같이 유명했던 ‘부용루송신점’이란 시는 왕창령이 강녕승직에 있을 당시 어느 가을에 같이 근무하던 친구 신점(辛漸)이 낙양(洛陽)으로 전출되자 두 사람이 윤주(潤州, 지금의 강소 성)에 있는 부용루(芙蓉樓)에 올라 이별의 술을 나누면서 읊은 칠언절구의 송별 시이다.

“寒雨連江 夜入吳(한우연강 야입오)/ 平明送客 楚山孤(평명송객 초산고)/ 洛陽親友 如相問(낙양친우 여상문)/ 一片氷心 在玉壺(일편빙심 재옥호)”

“차가운 밤비 강물위에 더해지는 오 땅에 둘이 함께 와서/ 이른 아침 그대를 떠나보내니 초산이 외롭게 보이는구나/ 혹시나 낙양 친구 나의 소식 묻거들랑/ 얼음처럼 맑은 한조각 마음 옥 항아리 속에 담아 두고 있다하게.”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께서 중국의 항일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중국정부는 물론 수많은 중국인들로부터 진심어린 예우를 밭은 바 있다. 그 중에서도 귀국 전 떠나는 우리 대통령에게 중국 최고의 서예가가 쓴 국보급 문화재로 현지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칠절 시 한 폭의 족자를 선물했다는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 올라와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보면 그 시제(詩題)가 바로 왕창령의 ‘부용루송신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냉전시대가 끝나고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이룬 이후 양국은 경제는 물론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괄목할 만한 우호관계가 구축되어 지금은 우리의 제일 교역국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은 더욱 밀착된 외교로 지금은 통일문제에까지 양국 의견이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때 중국정부가 중국인들 마음의 뜻을 정성스럽게 담아 선물한 한 폭의 족자는 실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남북한 당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들이 북한의 핵개발 문재를 비롯해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 지역에다 대규모의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때 중국정부가 보낸 선물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부담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삼국시대 당시 고구려, 백제에 고립된 신라가 당나라와 나당연합(羅唐聯合)을 하면서 당 왕이 신라왕에게 모란(牧丹)꽃나무와 모란도(牧丹圖)를 선물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선덕여왕께서 내린 현명한 판단과 신속하고도 철저한 대비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 고사처럼, 오늘날 우리들 또한 이 같은 중차대한 국사를 눈앞에 두고 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역량을 총결집시켜 한반도 통일의 과업을 우리의 주도로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할 것 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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