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과 치킨게임(chicken game)
20대 총선과 치킨게임(chicken game)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0.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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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난 선거 낙선·낙천자의 정계복귀를 노리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상당수 지역구에서는 현직과의 재대결 등 흥미 있는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지역정가의 관심 역시 집중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선거와 관련한 의미 있는 사자성어인 ‘권토중래’(捲土重來), ‘와신상담’(臥薪嘗膽) 그리고 ‘복수혈전’(復讐血戰)과 함께 치킨게임(chicken game)이 벌어진다.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부산의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 대표에게 부산 재출마를 요구하고, 새누리당 내 친박(친 박근혜)계 일부에서 김 대표가 아예 문 대표의 출마 지역에 나갈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일명 ‘김무성 vs 문재인 치킨게임(chicken game)’이다. 이와 유사한 치킨게임은 내년 선거판 공천과 이해관계가 있는 전국 방방곳곳에서 나타난다.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인 ‘겁쟁이(chicken) 게임’이다. 이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이었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태로 이끌기 위해서는 직진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비합리적으로 '자신의 손을 묶어’ 직진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이것은 비합리의 합리성으로 본다. 즉,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바로 치킨게임이다. 이 용어가 1950~19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차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국제정치학뿐 아니라 여러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인 각종 선거판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제임스 딘(James Dean)이 주연한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 나오는 자동차 게임도 전형적인 치킨게임이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딘이 그를 괴롭히는 악동 패거리들을 잡기 위해 이 게임을 했다. 결코 게임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싸움의 승리 비결은 배짱이다. 하지만 그 배짱은 지혜가 담긴 담력이거나 정밀한 분석 하에 내린 필승의 전략이 아니다. 그저 막무가내 식의 무모한 ‘똥배짱’일 뿐이다.


정치는 사랑과 야망의 중간에 위치한다. 평소엔 사랑 쪽으로 기울다가도 선거를 앞두면 야망에 무게가 실린다. 또,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통용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격변기엔 더욱 그렇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내일은 또 어떤 관계로 변할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게 정치의 속살이자 민낯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철옹성 같은 우정도 한순간에 금이 쩍쩍 갈 수 있는, 비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만고의 진리라는 말이다. 오죽하면 ‘권력은 부자(父子) 사이도 나눌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 짧은 문장에는 정치의 맨얼굴과 비정함이 함축돼 있다.


남자가 추구하는 제1은 돈이요, 제2는 명예, 마지막은 권력이라고들 한다. 내년 4월 20대 총선 출마예상자들은 자신의 깜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깜냥'은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정치꾼은 당선되더라도 날지 못하는 새가 될 수도 있음을 먼저 알았으면 한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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