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아이 뒤에는 욕하는 부모 있다
욕하는 아이 뒤에는 욕하는 부모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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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모이면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갖가지 욕이 섞여 나온다. 요즘 아이들에게 욕은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도 아니다. 이른바 문제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부도 짱이고 얼굴도 짱인 우등생 입에서도, 어린 여학생의 입에서도 욕은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부모님, 선생님 등 기성세대를 향해서도 노골적인 욕설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왜 욕을 할까. 어릴 때는 감정표현의 한 수단이던 욕이 청소년기가 되면 또래와의 공유문화로, 또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적절한 감정표현이나 자신의 힘을 행사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욕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충족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인 욕이 저절로 아이들 입에서 떨어지게 하기는 어렵다.

사실 욕은 감정표현의 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현재 이 상황에을 얼마나 분노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욕을 사용하게 된다. 아이들 감정표현 능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사람은 가족이다. 특히 부모다. 가정에서 감정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일방통행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욕을 사용해 왔다면 아이들 욕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부모들 자신은 분노표출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 한번 뒤돌아보아야 한다.

욕은 우리 몸과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워싱턴대 게이츠 교수는 사람들이 말할 때 나오는 미세한 침 파편을 모아 침전물을 분석했는데,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침전물의 색깔이 달랐다. 평상시에는 무색,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땐 분홍색, 화를 내거나 욕할 때는 짙은 갈색이었다. 그 갈색 침전물을 모아 흰쥐에게 투여했더니 몇 분 만에 죽고 말았다. 분노의 침전물이라는 욕 속에는 정말 죽음의 독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욕하는 마음 안에는 표현할 수 없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 등이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자신이 약해 보일까봐, 또래와 호흡을 맞추지 못할까봐 생기는 불안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복잡하고 힘든 마음을 욕이라는 수단을 통해 분출해내는 아이의 마음부터 돌봐야 한다. 우선 아이의 심리적 상처나 걱정, 두려움부터 읽어야 한다.

수시로 묵언 수행하시는 한 스님이 남긴 말씀을 부모들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뒷말 많은 부모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앞모습(말)과 뒷모습(행동)을 보고 자란다.

하나,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마라”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는 뒷담화가 가장 나쁘다. 대부분 칭찬보다는 험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둘,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진다.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 셋, “흥분하지 마라” 낮은 목소리가 힘이 있다.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잘못 왜곡된다.

넷,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하라” 듣기 좋은 소리보다 마음에 남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다섯,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라” 여섯, “허물은 덮고 칭찬은 자주 하라” 칭찬에 발이 달려 있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일곱, “뻔한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라” 여덟, “혀로만 말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 말하라”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보다 힘이 있다. 아홉,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 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한번 말한 것은 책임을 져라”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 우선 저속한 욕을 삼가고 기스(흠집) 등 정체불명의 외국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사용하면 좋겠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폭풍우가 되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있다. 친절한 말 한마디와 작은 미소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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