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동의없이 혼인신고가 됐다면?
자신의 동의없이 혼인신고가 됐다면?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8.08.28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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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여성 전 남편이 신분증 훔쳐 신고 억울
행정관청 취소 난색…혼인무효 소송해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인신고가 돼 있다면?’

그것도 남편의 외도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의 병을 안은 채 겨우 이혼을 택했던 한 중년 여성의 경우라면 그 황당함과 충격은 더욱 클 것이다.

이 여성은 자신의 신분증을 훔친 전 남편이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며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난 27일 오후 3시 30분께 울산시 북구청 민원실 정문 입구.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민원실을 나오던 중 갑자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민원실을 향해 손가락질 했다.

이모씨(가명)는 “전 남편이 내 신분증을 훔쳐 혼인신고를 했을 줄은 몰랐다”면서 “자신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구청은 정상적인 절차를 밝아 접수된 혼인신고를 취소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최소한 본인 의사를 묻는 확인 전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북구청을 원망했다.

북구청에 따르면 남편이나 아내가 혼인 신고 시 배우자의 신분증과 증인란 등을 기재한 신고서류를 갖췄다면 서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돼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이씨의 혼인신고서류에는 남편 혼자서 신고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씨는 주저앉은 채 “이혼한 뒤로도 전 남편으로부터 언어폭력과 가택 침입 등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고 있는데 또다시 고통을 당할 순 없다”고 한 숨 쉬었다.

북구청은 예기치 못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앞으로는 이혼한 부부에 한해 재결합을 위한 혼인신고 시 전화 등을 통해 본인 의사확인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안미경 상담위원은 “혼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며 “장애인일 경우 소송비용 등을 법률구조공단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면 ‘공정증서 원본 부실기재죄’에 해당돼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고 밝혔다. /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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