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遺憾)의 뜻도 모르는 사람들(하)
유감(遺憾)의 뜻도 모르는 사람들(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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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왜 통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오래 전부터 우리는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하나의 풍습과 전통이 있고, 무엇보다 하나의 언어를 쓰고 있으니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요즈음 순진한 사람들은 통일되면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한다. 이 말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통일되어야 하는지를 생략하고 현재의 독일의 통일된 뒤의 상태를 보면서 꿈을 꾸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 앞 회에서 소개한 한백교회의 이름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첫 글자들을 따와서 지은 이름이다. 한라산부터 백두산까지 통일을 이루고 싶은 한백교회의 이름은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 녀석이 중간고사 기간에 시험을 잘 보게, 내가 아는 문제만 시험에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과 같다. 교회 이름만 거창하게 짓고, 공동 교회 설립자 박성준의 부인이 불법으로 돈을 받으며 하는 짓이 딴 판이라면, 평소에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하던 손자 녀석의 요행수를 바라는 마음과 다를 게 없다. 이렇게 교회이름을 짓는 것은 우리의 통일을 ‘느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의 한 부류이다. 이성(理性)에 호소하며 곰곰 생각한 뒤,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다분히 객관성을 살리는 길이 아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의 질문에, 그냥 우리의 소원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틀린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성적(理性的) 설득력이 부족하다. ‘통일 안 하고 이대로 더 잘 살면 왜 안 되나?’에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대답해주어야 설득력이 강해진다. 즉, 통일이 안 되면 우리 다음 세대에는 엉덩이에 뿔이 나나? 암(癌)환자가 두 배로 늘어나나? 연금(年金)이 안 나오나? 자기 자식들만의 취직에 갑(甲)질하는 국회의원의 수가 지금보다 두 배 더 늘어나는가? 민족도 모르는 나라의 물품은 사지 않겠다고 하여 해외수출이 막히나? 아니면 내수(內需)가 꽉 막히나? 북한 괴뢰군이 땅굴로 1시간에 3만 명이 내려올까 봐 대한민국의 국내 수요(需要)가 뚝 멈추나? 개성공단에서 일할 북한근로자들이 다 도망 가버리나?

지금으로부터 약 천350년 전에 이 땅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이 처음으로 있었다. 통일이 이루어진 뒤 약 200여 년을 신라 귀족들의 내분과 지방 토호들의 권세 다툼으로 어수선하게 보내다, 다시 후삼국시대(신라, 후백제, 후고구려(고려))로 갈라져 100여년을 보내다 고려가 들어서 통일이 되고, 그대로 조선이 들어선 뒤, 말기에는 왜놈들의 식민지를 거쳐 순전히 남의 덕으로 해방이 되고 남과 북으로 이 나라가 분단 된지 70년이 되었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남쪽 대한민국은 지금 살만큼 살게 되었다. 현재 우리의 국력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성장했다. 남의 나라를 약탈하여 경제적으로 이렇게 성장한 것이 아니다. 구호물자와 원조물자로 소가 비빌 언덕을 만들었지만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가 돌연변이처럼 진화되고 운 좋게 훌륭한 지도자를 잘 만나서 이만큼 살게 되었다고 단언(斷言)한다. 필자는 철없던 24세 때, 이한기(당시 서울법대 교수, 후에 국무총리)교수로부터 국가가 발전하기 위한 조건을 댁에서 질문을 받고 담론(談論)하면서, 이집트와 같이 해마다 나일강의 홍수 같은 시련(試鍊)이 있어야 문화발전의 기초가 쌓여진다고 하며, 한국 땅은 너무 살기에 편해서 이렇게 딴 생각들만 한다고 주장하다가 눈이 번쩍하도록 꾸중을 들은 일이 있다. 그렇게 생각이 모자라서 안 되겠다고 걱정하셨다. 꾸중의 핵심은 환경으로부터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독립정신이었던 것 같다.

행여 누가 같은 말을 쓰니까 통일해야 한다고 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보라고 하겠다. 두 나라는 같은 말을 오래 전부터 쓰고 있다. 아울러 독일이 통일된 핵심은 서독이 동독보다 월등한 국력으로 서독의 TV방송을 동독에서 볼 수 있도록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도 TV프로그램 교차시청을 추진해서 통일을 자신감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박해룡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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