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전차의 추억
노면전차의 추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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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20일, 한전 제51차 이사회의 ‘궤도사업 폐지’ 결의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부산의 노면전차(路面電車, 이하 ‘전차’)였다. 경영적자 때문이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는 ‘노면전차 시대’가 53년간이나 지속되고 있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부산에서 ‘전차 시대’가 열린 때는 일제강점 초기인 1915년도다. “1915년 11월 1일, 조선와사전기에서 부산궤도를 매수해 운행하며 부산전차가 비롯되었다. 부산궤도의 열차와 노면전차가 병행해 운행하다가, 1916년 3월부터는 전차만 운행하게 되었다.”

필자는 1960년대 초반, 중학교 배지를 단 3년 내내 전차 신세를 졌다. 중간경유지인 동구 범일동에서 서구 토성동의 K중학교까지. 다만 범일동에서 자택이 있는 수영구 남천동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이 무렵 겪었던 ‘콩나물시루 버스’의 고통은 전차의 편안함과 너무나 큰 대조가 아닐 수 없었다. 여차장의 목쉰 ‘오라잇!(All right) 소리가 시내버스업계의 금고를 양껏 채워주던 그 시절….

단정한 제복·제모 차림의 전차기사 아저씨들은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곤 했다. 호기심에 찬 나머지 기사아저씨 옆으로 바짝 다가가 운전대 쳐다보기를 취미로 삼기도 했다. “까짓 것, 전차 운전쯤이야.” “아저씨, 딱 한 번만…” 하지만 소리가 목젖을 올라온 때는 한 번도 없었다. 느리긴 해도 전차는 더없이 안전한 서민의 발이었고, 대단한 볼거리였다.

부산의 궤도를 쇠가 닳도록 오르내리던 수십 량의 전차들은 지금 사진 속의 근대유물로 존재한다. 겨우 한대만 ‘부산전차’(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494호)란 이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1952년 미국 애틀랜타 시가지를 달리다가 무상원조로 들여온 전차 가운데 1량이다. 2011년 7월부터 동아대 부민캠퍼스 박물관에서 일반시민에게 공개되고 있다.

필자의 ‘전차 통학’ 시절, 부산 시가지의 궤도를 달리던 전차는 미국산이 대부분이었지 싶다. 기록을 보니 그런 짐작이 간다. “1952년에 애틀랜타 전차 40대를, 1956년에 LA 전차 53대를 수입했다. 1963년 5월 30일 일본 후지차량에서 신차 10대를 도입, 그 중 2량을 배정받아 사용했다.” 전차의 크기가 달랐던 것은 필시 수입 도시가 달라서였을 것이다.

지난해 6월 20일, 부산 KNN방송이 노면전차 소식을 보도했다. 궤도를 따라 달리는 노면전차가 2018년께 부산 도심에 등장할 전망이라는 것. 부산발전연구원의 용역을 거친 계획으로, 전차 노선은 남구 경성대 앞∼북항 재개발지역∼태종대의 약 21km 구간이다. 도입을 검토 중인 신형 노면전차는 교외에서는 전기 선로를, 도심에서는 배터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생김새나 성능이 옛날 전차와는 전혀 딴판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시는 노면전차가 도시철도 건설비의 4분의 1 정도여서 경제성이 높고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KNN은 창원시 역시 진해와 마산 등지를 잇는 ‘노면철도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으며, 노면전차 사업이 부산·경남에서 점차 구체화되어 간다고 전했다. 노면전차는 최근 우리 울산에서도 도입 열기가 뜨겁다. 지난 2일 울산시의회 신성장동력연구회가 마련한 토론회(‘울산의 새로운 대중교통 tram 노면전차 도입방안’)가 대표적이다. 윤시철 시의원, 울산대 한삼건 학장, 도로교통공단 명묘희 박사, 한국교통연구원 안정화 박사가 모두 찬성 쪽에 손을 들었다. 강길부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국정감사 때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에게 ‘울산지역 노면전차 시범사업 실시’를 제안해 나쁘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구원장은 “무가선 지상 트램 등의 기술개발이 실용화(상용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경전철 도입’에 회의적이던 시민들도 ‘노면철도 도입’에는 긍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

<김정주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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