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
눈에 보이지 않는 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8.28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 올림픽에서 심지어 두려움을 갖게까지 하는 굴기(屈起)를 한껏 보여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기회가 될 때마다 언급하는 구호가 거안사위(居安思危)라고 한다. 이는 ‘편안할 때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위험과 재난을 미리 생각하자’는 뜻으로 중국 고전인《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 제나라, 진나라 등 12개 나라가 연합하여 정(鄭)나라를 공격한 적이 있었다. 이에 정나라는 당시 12개 나라 중에서 가장 큰 나라인 진나라에 화해를 구하였고, 진나라가 이에 동의함으로 기타 11개 나라도 공격을 중지하게 되었다. 정나라는 진나라에 감사를 드리기 위해 많은 예물과 병기, 3명의 악사(樂師), 16명의 미인을 보냈다. 진나라 왕 도공(悼公)은 이 사례품의 반을 이번 싸움에 크게 공을 세운 충신 위강(魏絳)에게 주면서 그의 공을 치하하고 위로하였는데, 위강은 굳이 사양하면서 왕에게 아뢰기를 “폐하께서는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생각하면 준비를 갖추어야 화를 면할 수 있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는 이치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하였다 한다.

한편, 지난 해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만 2천400여명(하루 평균 7명 꼴)이고 전체 재해자는 9만5천명이 넘는다. 우리 울산의 경우는 사망자가 62명이고 전체 재해자는 3천367명이다.

이러한 산재의 결과로 고귀한 인적손실 뿐 아니라, 직·간접 손실액 포함 1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국방비 예산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써 사회적 부담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즉, 년간 16조원 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산재손실로 눈에 보이지도 않게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 경제 살리는 것을 최대의 중요사항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산재손실 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결코 지속가능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즉, 기술(Engineering)과 교육(Education), 그리고 규제(Enforcement)를 통한 안전관리는 기업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안전제일’이라는 구호를 항상 습관처럼 사용하지만, 우리의 현 주소를 냉정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안전’올림픽이 있다면 우리는 몇 위를 차지하겠는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림픽 7위의 위상에 맞는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스포츠과학’이라는 ‘투자’를 함으로 얻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통해 금메달과 영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는 배웠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전관리’ 라는 포도나무에 비료와 물(투자)을 주는 것을 결코 아까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튼튼한 포도나무를 키울 수 있고 그 열매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살리는 풍요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거안사위’의 정신으로 안전전문가의 양성과 지원 그리고 투자가 꼭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안전’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갖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단어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장 및 각 개인 모두가 마음 깊이 새긴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을 버는 것이며,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 배광호 차장 한국산업안전공단 울산지도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