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 없는 학성(鶴城), 황새인들 어떠랴
학(鶴) 없는 학성(鶴城), 황새인들 어떠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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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성, 학산, 회학, 비학, 무학산에서 보듯이 울산의 지명에는 ‘학(鶴)’이 많이 들어가 있다. 또 성안동의 황새골, 두왕동의 황새등, 약사동의 황새골, 화봉동의 황새골, 시례동의 황새골에서 보듯이 ‘황새(?)’가 등장하는 지명도 그 못지않다. ‘학’ 자(字) 혹은 ‘황새’ 자(字)가 지명에 나타나는 것은 태화강, 동천, 척과천, 내황강, 외황강, 회야강 등 울산지역 강 하류의 습지와 절대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황새는 몸집이 커서 ‘한새’라고도 하고, 걸어 다니는 모양이 징금 징금 보폭이 크다 하여 ‘징금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99호이며 세계적 멸종위기종 1급으로 분류된다. 세계적으로 19종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먹황새 등 2종이 관찰된다. 크고 두터운 부리와 긴 다리, 긴 날개가 특징인 대형 물새다. 절벽이나 큰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들어 산란한다. 암수 모양이 비슷하지만 수놈이 크다. 민물고기, 바다고기, 개구리, 뱀 등이 먹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참새가 황새걸음 한다’는 등의 속담은 ‘큰 것’과 ‘작은 것’을 비유할 때 자주 표현되는 속담이다. 또한 ‘황새 조알 까먹듯’ 하는 속담도 큰 덩치의 황새가 좁쌀 하나 까먹으나마나 한 것처럼 양이 조금도 성에 안 찬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결국 황새는 몸집이 큰 새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71년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부부황새로 발견되었다가 수컷은 겨우 사흘 만에 사냥총에 맞아 죽었고 그 뒤로 남아있는 암컷을 ‘과부황새’라 불렀다. 12년 동안 해마다 무정란을 품었다. 그 후 1983년 늙어 약해진 황새는 설상가상으로 농약에 중독되어 창경원 동물원으로 옮겨져 보호받게 되었다. 1994년 9월, 과부황새는 죽었고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던 황새는 대가 끊기고 말았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황새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복원의 선봉에는 한국교원대학교 김수일 교수가 있었다. “황새 복원 연구센터를 처음 추진한 고 김수일 한국교원대 교수가 환경의 날을 맞아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추서받았다.” (한겨레뉴스, 2014.6.5.)

현재 충청남도 예산군에는 황새를 키우는 ‘황새공원’이 있다. 예산군은 2009년도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조성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한국교원대와 손잡고 황새 복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예산군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9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시면 대리 13만5천669㎡ 부지에 야생화 훈련장, 생태 습지, 오픈장, 문화관 등의 시설을 갖춘 황새공원을 조성했다. 지난해 6월 한국교원대에서 이사해 온 황새 60마리와 올해 번식에 성공한 새끼황새 14마리 등 총 74마리가 이 공원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10년도부터 시작된 황새 서식환경 조성사업은 황새공원 주변에서 논농사를 하는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결실을 맺게 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황새 논살이 농법’이 추진됐다. 아울러 생태학적 네트워크 복원을 위해 휴경 논을 이용해 둠벙을 조성하고 황새의 안정적 서식을 위해 생태관로, 어도를 만듦으로써 사라졌던 다양한 생물들이 다시 살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예산군에서는 지난 3일 성조(成鳥) 6마리와 유조(幼鳥) 2마리 등 모두 8마리를 자연으로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황새 10마리씩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7일 태화강에서 발견된 황새는 양 다리에 끼워진 인식가락지의 색깔과 인식번호 ‘J0094’로 미루어 일본 혼슈의 효고현 도요오카시 황새복원센터에서 지난해 4월 22일 자연부화를 시켜 방사한 어린 수컷으로 확인됐다. ‘J0094’ 는 지난해 12월 15일 일본 큐슈의 나가사키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행방을 알지 못하다가 최근 울산에서 발견된 것이다. 올해 2월 제주도 한경면의 바닷가에서 광어 한 마리를 먹는 장면이 소개된 ‘J0092’와 형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는 김해 화포천 1개체(2014.3.18.’J0051’), 제주도 한경면 바닷가 1개체(2015.2.,‘J0092’), 울산 태화강 1개체(2015.9.7.‘J0094’♂) 등 우리나라에서 모두 3번 발견됐다. 울산의 경우 1987년 2개체(외황강), 2000년 2월 2개체(외황강), 202002년 1월 1개체(태화강 하류), 2015년 7월 15일 1개체(북구 양정동), 2015년 9월 7일 1개체(태화강 하류) 등 약 30년 동안 7개체가 찾아왔다.

앞으로 일본과 충남 예산군에서 매년 방사하는 개체는 서식환경이 보장된다면 울산에서 발견될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연생태환경이 좋았던 외황강의 오대·오천에서 발견되던 것이 산업단지 조성으로 사라져 이제 태화강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서식지 환경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황새는 일정한 범위에서 서식하는 ‘영역조류’로 울산에 머무는 일수가 늘어날수록 텃새화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태화강가에 스크린 구실을 하는 나무를 심어 새들과 사람이 직접적으로 시선을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날아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고함을 지르거나 돌을 던지는 일은 절대 하지 못하도록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황새와 인간의 공존의 가치를 느낄 만큼 아직 울산이 성숙하지 못했다면 날아오는 황새라도 잘 돌보아야 한다. 찾아오는 황새를 머무르게 하는 것 역시 현 정부와 울산광역시가 지향하는 창조경제와도 무관하지 않기에 태화강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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