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 탐사, 울산서도 해마다 이어갔으면 해요”
“생물종 탐사, 울산서도 해마다 이어갔으면 해요”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5.09.15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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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장
▲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바이오블리츠(Bio-blitz)’란 말이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선 단어인 것 같다. ‘Bio-’의 말뜻은 대충 짐작하겠는데 ‘blitz’란 단어는 전혀 생소하다. Bio-blitz란 근자에 들어온 외래종 신조어가 아닐까.

제대로 알아보려고 1995년에 나온 ‘Sisa-Elite 영어사전’(시사영어사 刊) 초판본을 뒤적거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Bio-’란 접두어는 있어도 ‘Bio-blitz’란 합성어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5’ 행사가 6월 13~14일 울산 중구 태화강대공원에서 열린다고 보도한 6월 3일자 ‘한국조경신문’ 기사에서 간신히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잠시 인용해 보자.

“바이오블리츠(Bioblitz)란 자연주의 교육프로그램으로, 24시간 동안 생물전문가 및 일반인이 참여하여 현재의 지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생물종을 찾아 목록으로 만드는 과학참여활동이다.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 혹은 ‘식별대회’라고 볼 수 있다. 1996년 미국 워싱턴DC의 Kenilworth aquatic garden에서 시작되어 현재 미국, 호주, 캐나다, 스페인, 대만 등 세계 각지의 주요 국립공원과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경북 봉화에서 시작되어 가평, 대관령, 청태산, 서울숲 등지에서 개최됐다.”



“blitz는 미식축구 용어… 번개작전 같은 것”

그러니까 지난 12일 오후 2시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이틀에 걸쳐 울산 태화강대공원에서 열린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5’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치러진 행사인 셈이다. 이번 행사의 총괄책임자인 산림청 소속 이유미 국립수목원장(53·사진)을 행사 첫날인 12일 오후 태화강 둔치 느티마당의 행사본부 부스에서 만났다. 일기예보대로 바깥은 흐린 날씨에 추적추적 내리는 초가을비 코스모스와 녹음으로 뒤덮인 태화들의 습지화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이 원장은 때마침 대학교 한 해 후배인 김인호 신구대 교수(52)와 함께 태화강에서 찍었다는 ‘남생이 바위그림’(?)을 놓고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토크쇼 사회를 맡기로 돼 있었고, 토크쇼에는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박사)과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도 출연할 예정이었다. 수인사에 이어 이 원장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바이오블리츠, 무슨 뜻인가요?

“바이오블리츠란 용어 중에 ‘블리츠’는 미식축구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린 ‘탐사작전’ 혹은 ‘번개작전’이라고도 하죠.”

그러고 보니 시사영어사전상의 ‘blitz’ 뜻풀이가 잠시 생각난다. ‘blitz’는 군사용어로 ‘전격작전’이나 ‘기습’을 뜻한다고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인디카’는 ‘생물조사 번개’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들은 ‘바이오블리츠’를 가리켜 “어느 특정 지역의 자연상(식물, 곤충, 양서, 파충류, 조류…)을 24시간 안에 모두 조사하는 ‘생물조사 번개’”라고 했다.

-올해 행사가 9월에 열렸는데…

“아니죠. 원래는 6월에 열기로 했었는데 메르스 때문에 연기할 수밖에 없었죠. 늘 그렇지만 생물종 조사는 6월이 가장 좋은 시기이죠.”

그러고 보니 이해가 간다. 그리고 6월 13~14일 개최된다 했던 한국조경신문의 6월 3일자 기사가 틀린 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하게 됐다.



바이오블리츠는 전문가들도 같이 만나는 기회

참가비가 한 사람 앞에 2만원인 이번 태화강대공원 행사도 참가자는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경북 구미와 광주광역시에서 온 가족단위 참가자 8명은 사는 곳을 떠나 어느새 친해졌고, 이틀간의 행사가 끝나자 반구대암각화를 둘러보는 문제로 의논을 교환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300가족 가운데 60%는 울산 사시는 분들이지만 나머지 40%는 전국에서 오신 분들이라고 귀띔했다. 이 원장과의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바이오블리츠 행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바이오블리츠는 한마디로 흥미 있고 고급스러운 프로그램이라 말할 수 있죠. 참가자들에게 생물종의 다양성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점을 첫째로 칠까요? 어린 참가자들 중에서 훌륭한 미래의 생물학자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또 박사학위나 교수직을 가진 세계의 권위자들이 1년에 한 번이라도 자리를 같이할 수 있다는 점, 대단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버섯 박사, 거미 박사, 진드기 박사…모두 평소 만나 뵙기 힘든 분들이거든요. 바이오블리츠는 이처럼 귀한 분들에게 용기와 의욕을 심어드리는 계기도 될 거라 믿어요.”

이 원장은 “생물종분류학자 같은 분들은 (그분들이 매달리는 일부 생물종보다) 더 빨리 멸종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수줍게 웃어 보인다.

사실 이번 울산 행사에는 전문가 28명이 짧은 시간이라도 얼굴을 내밀었다. 나비목 전문가 변봉규-김다솜, 벌목 전문가 류동표, 진드기류 전문가 김홍철, 질변관리본부 매개곤충과 장규식, 관속식물 전문가 최혁재(창원대), 토양동물 전문가 정철의(안동대), 양서파충류 전문가 이상철(인천대), 조류 전문가 윤무부(경희대), 생태 전문가 김인호(신구대) 박사 등 대부분 국내 생물학계에서는 내노라하는 분들이다. 울산에서 활약하는 고등식물(습지) 전문가 정우규 박사, 조류 전문가 김성수 박사, 조류·어류 전문가 황인석 대표(녹색에너지포럼)도 이 전문가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 지난 12일 오후, 태화강대공원 느티마당 부스에서 모처럼 자리를 같이한 전국 생물학계의 전문가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을 중심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시·고양시, 자생적 연례행사로 추진

이유미 원장은 이번 태화강대공원 행사까지 바이오블리츠를 벌써 여섯 차례나 치러 냈다. 첫 개최지인 경북 봉화와 네 번째 행사지인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자연휴양림까지는 산(山)과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뚝섬의 서울숲공원과 올해 울산의 태화강대공원은 그 격이 다르다. 하지만 두루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지명을 붙인 바이오블리츠 행사가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씩 꼬리를 물고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립수목원이 미처 챙기지 못한 도시에서도 바이오블리츠 행사가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생적인 행사는 부산이 대표적이다. ‘바이오블리츠 부산 2015 추진단’을 스스로 구성한 ‘생명그물’과 ‘부산녹색연합’이 지난 5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삼락강변공원 일원에서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이란 이름의 제1회 바이오블리츠 부산’ 행사를 끝내 성사시킨 것이다. 태화강대공원 행사가 열리던 같은 날 경기도 고양시도 뒤질세라 고양생태공원에서 같은 이름의 제1회 행사를 펼쳤다. 지난해 6월 국립수목원의 도움으로 ‘서울숲 바이오블리츠’를 진행한 바 있는 서울시는 한 수 더 떴다. 지난 5월 하순 박원순 시장까지 참여한 가운데 강동구 일자산과 길동 생태공원에서 첫 번째 자체 행사를 가진 것이다.

6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에겐 본인도 모르게 ‘바이오블리츠의 전도사’란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 이 원장이 ‘희망 쪽지’를 건넨다. “내년부턴 ‘바이오브리츠 코리아’가 아닌 ‘바이오블리츠 울산’이란 이름으로 제1회 행사가 열렸으면 해요.”

이번에는 토크쇼 사회자이자 이 원장의 대학교 한 해 후배인 김인호 신구대 교수(생태학)가 한마디 거든다.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5’를 울산에서 열게 된 배경 이야기다. 전국에서 인지도 높은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덕분이라 했다. 사실 윤 국장은 국립수목원의 제안이 오자마자 울산시와의 핫라인을 가동했고, 시를 돕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소망도 이유미 원장과 다를 바 없다. ‘바이오블리츠 울산’ 행사를 연례행사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 일을 위해 울산시와 더 열심히 손잡을 참이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기적의 도시 울산’

이유미 원장은 울산행이 처음은 아니다. 울산공업지구의 산업공해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할 무렵인 1987년에서 1989년 사이 공당 배후지역의 식물 피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몇 차례 다녀간 일이 있다. 조사 대상지역이 ‘야음동’이었다는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을까? 자그마치 2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된다. 그 사이 많은 변화, 엄청난 변화가 있었나 보다. 공해로 얼룩졌던 태화강이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났다 하지 않은가!

“‘태화강의 기적’이란 말이 생겨났지만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렇게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고 말이죠.” 이 원장은 ‘놀랍다’는 말과 ‘기적’이란 말을 몇 차례 되풀이해서 사용했다.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5’를 울산으로 끌어들인 것도 ‘놀랍다’, 그리고 ‘기적’이란 말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행사 첫날 태화강대공원 행사장에서 축사를 베풀었던 정갑윤 국회부의장과는 새삼스러운 상면이 아니라 했다. ‘태화강 바이오블리츠’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인상도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귀띔이다. 몇 해 전 전망대를 찾아 ‘물 반 고기 반’인 태화강을 눈여겨보았다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 대한 좋은 기억도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다. ‘국립수목원을 맨 처음 방문한 국회의장’이란 기억 같은 것이다.



내년 6월엔 ‘DMZ 펀치볼 자생식물원’서 탐사

“내년부턴 (도회를 떠나) 다시 산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이야기인즉슨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6’을 내년 6월 DMZ 비무장지대 내 펀치볼 일원에서 진행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펀치볼’이라면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의 부속시설인 ‘자생식물원’이 있는 곳이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DMZ 평화공원 조성’에 각별한 열의를 갖고 있는 시점이니 나쁠 것도 없을 것이다.

서울 풍문여고를 나와 서울대 산림자원학과에서 식물분류학을 전공했다. 이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 원장은 그동안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100가지’ ‘한국의 야생화’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저서를 남겼다. 일반인들이 숲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의 산물이었고 국립수목원 소장 저서 대부분이 이 원장의 저술 결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94년에 첫발을 디뎠고 지난해 4월 국립수목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언론은 산림청 개청 47년 만에 탄생한 첫 여성 원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민에게 숲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미 원장 내외는 ‘부부 숲 박사’로 유명하다. 남편은 서울대 같은 학과 동기인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이다. 글·사진=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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