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위기의 중공업과 한국 자동차
내우외환 위기의 중공업과 한국 자동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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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부동산과 주식을 팔아서라도 임금을 올려 달라면서 부분파업을 강행한 현대중공업 노조와 高임금·低생산성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걱정이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로 지난해 3조원 손실을 입었고, 재무상황 악화로 올해 초 1천300여 명의 사무직 직원이 감원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회사의 사내유보금이 충분하다며 적자는 음모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며 부분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조선부문 계열사 3곳의 사내유보금이 18조원이란 주장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 또는 왜곡으로 보인다. 잉여금(사내유보금)은 자본금·부채와 함께 회사의 재원을 이루는 회계적 개념으로 공장건물이나 설비처럼 재산으로 변경된 자금이 포함돼 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말라붙은 조선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의 전망을 ‘내우외환’ 그 자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조선업은 인건비 장사인데 국내 조선사의 연봉은 평균 8천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회장 출마를 선언한 국제축구연맹(FIFA)에 투쟁단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임금협상 투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투쟁은 현대중공업에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정 이사장을 압박해 임협을 유리하게 타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경 노선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점차 공감대를 상실해가는 분위기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 참가자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상 초유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실제 파업 참가 인원은 작년에 비해 도리어 줄었다. 파업 참가 조합원을 돈으로 모집하느냐는 따가운 비판이 안팎에서 이어졌지만 노조는 굽히지 않았다. 인센티브는 파업 참여자를 우대하기 위해 평균 기본급을 따져 일정액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상품권 파업’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리고 ‘고(高)임금·저(低)생산성의 덫’에 걸린 한국 자동차 산업이 추락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5사(社)의 평균 인건비는 1인당 9천234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글로벌 경쟁 기업인 도요타(약 8천351만원)나 폴크스바겐(약 9천62만원)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한국(12.4%)이 가장 높았다. 도요타는 7.8%, 폴크스바겐은 10.6%에 그쳤다.

참고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월급은 264만원이 조금 넘고 연말정산 검증 근로소득자 1천618만 7천647명의 평균 소득은 3천172만 4천658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인건비(人件費)는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도 한국 자동차 기업만 경쟁사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형국이라 설명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건비가 치솟지만 생산성은 거꾸로 내리막길이라는 사실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1인당 매출액(7억4천여만원)은 도요타의 절반 수준이며 폴크스바겐·GM에 모두 뒤처진다. 1인당 생산 대수도 도요타의 40% 수준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V) 역시 한국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보다 길었다.

한국의 조선업은 중국과 인도, 동남아의 기술력이 점차 나아지면서 언제까지 세계 최고 선박도시로 울산과 거제도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리고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도 이런 식으로 역주행하다가 GM, 포드, 도요타 등이 고임금·저생산성을 이유로 생산시설을 모두 철수한 호주의 전철(前轍)을 밟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내우외환 위기의 현대중공업과 한국 자동차의 미래를 위하여 노사가 위기의식을 갖고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탄력 조정하는 식으로 혁신하는 등 상생(相生)의 지혜를 발현하길 바란다.

<신영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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