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곳
살기 좋은 곳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1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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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으로 내려오기 전 필자는 오랜 기간 서울에서 살았다. 학문을 한답시고 세상물정 모른 채 우둔하게 지내버렸던 것 같다. 소시민에게 주어지는 당첨되기 어려운 아파트 분양에 목숨을 걸었으니 그럴 듯하다.

80년대 말,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소위 ‘1기 신도시’ 분양이 극에 달했을 때 보통 청약률이 수 백 대 1이었던 걸 보면 하늘에서 별 따기 짓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장소’를 찾아보면,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 속 ‘복거총론’에 잘 기록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전국 8도 중에서 다름 아닌 대전광역시 서구에 해당하는 충남 ‘공주 갑천’이라는 곳이다.

그가 그곳으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4가지의 ‘입지조건’을 밝히고 있는데, 먼저 지리(地理)가 좋은 곳을 든다. 그 다음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물질적 재화의 총체인 생리(生利). 다음은 인심(人心) 좋은 곳. 마지막으로는 아름다운 경치가 전개되는 산수(山水)를 들고 있다.

그렇지만 현시대의 입지조건이라면 이것을 그대로 대입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무분별한 개발로 각종 환경오염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찌들어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추세에 반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은 잘 오르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곳, 주택가격은 오르지 않지만 삶의 질이 좋은 보금자리가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2014년 5월 한국외대 국가브랜드연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77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 중 경기도 ‘고양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잠깐 그 요인을 분석해보면 수긍이 갈 것 같다.

우선 세계 TOP-5로 진입한 고양 국제꽃박람회, 킨텍스를 비롯한 수도권 최대의 위락시설, MICE산업 활성화, 신한류 문화관광 중심도시 등으로 부각된 점이다.

그리고 각종 생활민원의 효과적인 처리시스템 구축, 복지사각지대 완화, 수많은 문화공연 확대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주거환경’이다. 게다가 인천공항 전용도로, KTX 종착역, 3호선 지하철, 서울외곽 고속도로, GTX 우선추진 결정 등 수도권의 모든 교통이 지나다니는 ‘편리성’을 들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6년 7월 10일자 뉴스위크지에 의하면, UN자료를 토대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세계 최고의 10대 도시(Top-10 list)에 런던 모스크바 등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를 선정했다는 사실이다. 인구 100만 도시에서 열리는 꽃박람회에 2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것, 호텔과 상업시설이 1년 만에 5만평 이상 건축되는 것, 위시타 외 1만 세대가 2년만에 준공된다는 것 등에 외국인들이 새삼 놀란다.

우리나라는 자고로 ‘살기 좋은 도시’ 이외에도 ‘풍광’이 아름다운 곳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아름다운 곳을 꽤나 찾아다녔다고 하는 한 지인은, 어느 나라를 가보더라도 한국만큼 산수가 좋은 곳은 없다고 한다. 이 기회에 우리의 산하(山河)를 심미해 보는 일도 애국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서 있다. 그러나 거기에 걸맞게 소시민을 위한 삶의 질이 높은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도시든 시골이든 정말 인간다움이 스며있는 ‘살기 좋은 우리 동네’를 만드는 것 말이다. 그리하여 천년을 살 수 있는 행복한 도시를 건설하여 먼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세계 1등 도시인 유럽의 ‘빈’이나 ‘취리히’ 같은 ‘명품 행복도시’를 우리도 한번 멋있게 설계해 보자.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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