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령(掩耳盜鈴)
엄이도령(掩耳盜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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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귀를 막고 요령을 훔치려 한다’는 뜻으로 여시춘추, 불구론(不苟論)의 자지편(自知篇)에 전하는 말이다. 원래는 ‘귀를 막고 종(鐘)을 훔친다’고 해서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 하였는데 훗날 ‘엄이도령(掩以盜鈴)’으로 바뀌어 전해지고 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晉)나라의 한 명문호족이었던 범(氾)씨 집안에 가보로 전해오는 종(鐘)이 하나 있었는데 이 종은 신기하게도 그 소리가 너무도 청량하여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수호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안이 정쟁에 몰려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되자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한 도둑이 종을 훔치러 야간에 몰래 들어왔다. 그러나 종이 너무 커서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들고 갈 수가 없었다.

도둑은 종을 부수어 조각을 내서 가져가기로 마음먹고 망치로 종을 두들겨 보았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바깥에 울려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에 두려움을 느낀 도둑은 궁리 끝에 나름대로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자신의 귀를 솜으로 꼭꼭 틀어막고 나서 종을 두들겨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소리가 들리지 않자 도둑은 안심하고 망치로 마음껏 종을 두들겨 부수었다.

하지만 도둑은 끝내 종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붙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엄이도종(掩耳盜鐘)’은 바로 이런 이야기에서 유래되었고, 이처럼 자기에게는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 또한 듣지 못한다고 믿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이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자신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고 말하는 어리석음과도 같은 의미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지 70년이 되는 오늘날 패전국인 일본은 아직도 군국주의 시절의 침략 패권의 향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젠 노골적으로 침탈의 야욕까지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실 일본이라면 그들 국민들의 높은 질서의식과 근면성실함, 친절함이 넘치는 그야말로 시민의식이 정착된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자세히 그들의 내부를 살펴보면 선량한 국민들 요소요소에는 지난날 군국주의시대 침탈과 만행을 주도했던 자들의 후예들이 자리하여 여론을 주도해 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익’이란 무리들이다.

이들 우익이라는 사람들은 대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집단의식에다 충성과 헌신만을 추구하는 무리들이어서 생각하는 바가 극히 단순하고 유치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들이 저지르는 처사가 사리에 맞지 않음을 금방 알아볼 수 가 있는데도 저들은 염치 불구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도둑들도 제 자식에게만은 도둑질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자신들의 조상이 저지른 폭력과 약탈의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여 이것을 다시 자신들의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성을 가진 인간들이라고는 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세력이 점점 커져 정치는 물론 사회,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주도해 나가는 것은 물론 그 세가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어 국제적 여론까지도 그들의 범주 속에 넣으려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박 대통령께서는 중국의 항일전승절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하면서 현지 인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가리려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역사란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보고 삼가하며 경계하여 더 낳은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그 주된 의미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지금 이 시각까지도 과거의 잘못을 가리고 왜곡하여 미래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처럼 파렴치한 일본의 우익집단이 세계 속에서 활보하고 있는 한 순수한 일본 양민들이 ‘지어지앙’(池魚之殃=연못에 버려진 보물을 찾기 위해 연못에 물을 퍼내다 보물은 찾지 못하고 고기만 다 죽게 만들었다는 춘추시대 고사)의 꼴이 되어 또 한 번 상상할 수 없는 참담한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너무도 두렵고 안타까울 뿐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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