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파&인상여, 현대차&현대차노조
염파&인상여, 현대차&현대차노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9.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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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던 중국 전국시대 때 얘기다. 조(趙)나라의 혜문왕은 천하의 귀물로 불리는 화씨벽(和氏璧)이라는 구슬을 갖고 있었다. 훗날 천하를 통일했던 진(秦)의 소양왕이 이 소문을 듣고 사신을 보냈다. 15개 성과 화씨벽을 바꾸자고. 물론 구슬을 뺏기 위해서였다. 힘 약한 조나라는 고민에 빠졌다. 이때 인상여라는 사람이 나섰다. 화씨벽을 받아든 진나라 왕은 흡족했다. 그러나 교환조건으로 내세운 성(城)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인상여가 말했다. “구슬 한 군데에 아주 작은 흠집(하자)이 있기에 알려드릴까 합니다.” 구슬을 되받은 인상여는 기둥이 있는 곳으로 물러났다. “구슬만 받고 약속한 15성을 주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이니 일단 제가 맡아 있겠습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시면 저의 머리와 이 구슬은 기둥에 부딪혀 부셔 버릴 것입니다.” 결국 구슬은 조나라로 돌아갔다.(완벽귀조). 또 3년 후 진왕과 조왕이 요샛말로 정상회담을 했을 때, 조왕이 수치를 당할 위기에서 구하고 진왕에게 창피를 주었다. 이 공로로 상경이 되었다.

그 당시 조나라에는 염파라는 장군이 있었다. 인상여가 높은 자리에 오르자 분이 터졌다. “나는 전쟁을 치르며 온몸이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인상여는 세 치 혀만 놀렸을 뿐인데, 나보다 지위가 높아졌다”며 창피를 주려고 별렀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인상여는 염파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비겁하다”며 떠나려 했다. 그때 인상여가 물었다. “염파장군이 무서운가, 진나라 소왕이 무서운가?” 그 물음에 부하들은 “당연히 소양왕이 무섭다.”고 답했다. 그러자 인상여는 “진나라가 싸움을 걸어오지 않는 것은 염장군과 나라는 두 호랑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둘이 싸운다면 결국 두 사람이 다 쓰러지게 된다. 그러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그렇게 깊은 생각과 도량을 미처 몰랐습니다. 저를 벌하십시오”라며 머리를 조아리고 진심으로 사죄했다. 이후 두 사람은 친교를 맺어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짙은 우정을 뜻하는 문경지교(刎頸之交)의 유래다. 얘기가 좀 길었다. 지금 현대차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이라는 최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울산시민과 협력업체를 비롯한 한국경제 주체들은 불안하다.

국민복지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세금을 거둬야 할 상황에서도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했다. 그런 혜택을 주겠다는데도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노조는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을 외치고 있으니 기막힌 일이 아닌가?

잡초 하나가 자라기 위해서도 온 우주가 도와줘야 한다. 적당한 햇볕과 바람, 그리고 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놓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불문가지다. 물론 고객의 지원과 성원도 그에 못지않았다. 그러기에 품질 좋은 제품을 시장에 내 놓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현대차가 성장하면 가장 먼저 근로자들이 혜택을 입는다. 국내 제조업 최고연봉이 이를 증명한다. 울산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에게도 득이다. 차 한 대가 팔릴 때마다 부가되는 세금은 나라 살림의 밑천이 된다. 생산량이 늘수록 일자리도 늘고, 부수적으로 따르는 전후방 경제효과도 매우 크다. 이번 개별세 인하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도 결국 최종경쟁력은 내부에서 나온다. 한국 도로를 질주하는 수입차를 보면서 현대차 임직원들은 ‘모골이 송연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수입차 급증은 이미 나비효과를 넘었다. 점유율 20%가 눈앞이다. 이런 상황에 경쟁력의 두 축인 노와 사가 한판 승부전을 치른다면 누가 득을 보겠는가. 에둘러 말할 필요조차 없다. 현대차 노사는 인상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노사가 힘자랑을 해봤자 결국은 자기파멸이다. 현대차 노사는 협상장에 ‘문경지교’라는 현판을 올려놓고 마주 앉아야 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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