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울산본사에 위치한 35년 된 본관을 헐고 그 자리에 새 본관을 짓고 있는데, 부지 내에 있는 당산나무에 일체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물론 나무를 중심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등 환경친화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당산나무는 수령 300년, 높이 7.5m, 가슴높이둘레 2.75m, 뿌리부분둘레 3.65m에 이르는 해송(海松)으로 가지와 잎 등 나무 전체의 수관(樹冠)폭은 21m에 달한다.

지난 72년 창사 초기에도 이 나무를 그대로 살려두고 이에 맞춰 건물을 지었던 현대중공업은 공사 부지에 제약을 받고 토목공사가 더뎌지는 등 공법상의 문제가 있었으나 이번에도 노거수(老巨樹)의 생명을 지켰다.

이 나무는 오래 전부터 이 회사 본사가 위치한 울산시 동구 전하동 주민들과 길흉화복을 함께 해 온 민속신앙의 대상으로 지금도 주민들은 매년 삼짓날(음력 3월3일) 회사를 찾아와 이 나무에 동제(洞祭)를 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경친화적인 기업 경영에 앞장설 것”이라며 “오랫동안 마을과 회사의 지킴이 역할을 했던 나무가 아직까지 건강한 생육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과 함께 회사도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 새 본관 공사가 완료되면 이 당산나무 주변에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작은 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단체 ‘울산생명의 숲’의 윤 석 사무국장은 “현대중공업의 이번 공사는 도심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숲과 나무를 지키기 위한 산업계 노력의 모범 사례로 타 기업에서도 이 같은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 최재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