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의 위험한 행보
현대차노조의 위험한 행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8.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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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회사와 마주 앉았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27일 21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결렬선언을 하기 바쁘게 울산공장 잔디밭에서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대의원대회도 열 것이라고 한다. 이미 노조소식지를 통해 이 같은 일정을 알린 것을 보면 이날 결렬선언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대가 있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교섭결렬’이 전제된 조합원 대회를 열겠다는 것은 엄포를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협상의 예의조차 무시하는 매우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내부사정과 지도부의 마음고생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노조는 실무교섭을 통해 노사 간 의견을 절충할 내용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렬선언을 한 것은 지부장을 비롯한 노측 교섭위원들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와 함께 복잡 다다한 요구안을 내 놓고 ‘일괄제시’를 하라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며, 답을 재촉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그러면서도 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수순을 밟겠다는 것은 참 구태의연하다. 이는 ‘파업 카드’라는 막강한 패를 쥐고 회사를 위협하겠다는 것인데…. 매년 되풀이되는 똑 같은 작전에 회사에게 얼마나 먹힐까 의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전쟁을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서 벌어진 아주 잘못된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두 세대가 넘어갈 만큼 오랜 세월 동안 ‘휴전선’이라는 세계 유일의 기이한 지역을 두고 있는 실정을 보면 비전문가라도 수긍이 간다. 현대차 노조의 결렬선언과 파업수순 역시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 경제사정이 너무 안 좋다. 눈치가 조금만 있어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현대차가 그렇게 임금비율이 높은 데도 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해외 동종사 경영자의 말이다. 사실 제조업인 현대차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5%에 육박하는 것은 생사의 기로(임계점)를 넘나드는 것이다.

“현대차 조합원 탐욕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일반 보통 사람들의 말이다. 그들 중에는 ‘그래도 우리 차를 사야지~’ 하며 눈물겨운(?) 애국심을 발휘하는 고객들도 있다.

지난 1987년에 출범한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신물이 날 정도로 파업을 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실을 입히며 ‘파업중독자’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파업전문 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그래도 아직 양에 차지 않았는지 또다시 ‘결렬선언-대의원대회-조합원 찬반투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꼴이다. 안티현대라는 섬뜩한 말이 나도는 마당에 ‘파업’이라는 악령을 다시 불러내면 이는 자멸로 직행하는 것이다.

“노력→성과→보상” 이라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될 때 기업은 번창하고 근로자의 임금은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노조의 책임과 의무가 임금인상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너무 위험하다.

회사가 어려우면 함께 노력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의 국내외적 경제상황에서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이 과연 어울리는 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노조의 책임 있는 결단과 행보를 기대한다.

<이주복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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